부산국제영화거리, 냉채족발, 설빙 부산본점

 

부산국제영화거리에는 영화라는 줄기에 의미있는 한가지를 남긴 사람들의 손도장이 전시되어 있다. 광장 중앙에는 원형극작이 있고 원형극장 위에는 별 모양이 새겨져 있다. 다닐 때는 몰랐는데 다녀와서 검색을 통해 살펴보니 이 거리 이름은 '스타의 거리'라고 한다.  세계 영화계의 거장들의 손도장이 모인 장소라서 컨셉을 별로 잡았나라는 것이 나의 추측.

 

천천히 지나가며 혹시 아는 사람이 있나 살펴본다. 남편 쏠시는 제일 먼저 '엔리오 모리꼬네' 사진을 찍는다. 그가 참여한 작품으로 본 영화가 <미션> 뿐인데, 이 영화를 보고도 사실 놀랐다. 익히 들어 친근한 <넬라 판타지아>를 엔리오 모리꼬네가 작곡했다는 사실을 영화를 보고 알았으니, (벌써 몇 년 전 일이긴 하지만) 영화를 통해 음악을 만나고 음악을 통해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산국제 영화거리에 가서 그의 손을 만났다. 벽에 붙어 있었다면 손바닥이라도 마주해볼텐데 조금 아쉽네.

 

 

이 시선은 쏠시의 시선이다. 다음으로 사진에 담은 손도장은 안나 카리나. 아마 이 분은 여배우가 아닌가 싶은데, 사진을 찍을 때 남편에게 설명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찾아본다.

 

 

 

이름을 클릭했더니 '애너 카리나'라고 이름이 불리나보다. 모르니까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봤다. 쭈욱 훑어봤는데, 아는 것이 없다. 모처럼 관심이 있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 ...)

 

 

손도장이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에 걸어다니면서 사진을 찍기에는 무리가 있다. 벽에 걸려 있었다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다음으로 담은 사진은 김기덕 감독의 손도장. 위 두 사람보다 손바닥이 묵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손 모양을 가졌구나라는 생각도. 사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열정은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빠짐없이 보기 힘든 이유는 불편한 영화이기 때문. 그는 서른 편이 넘는 영화를 만든 다작 감독이 되었는데 나는 그의 영화를 딱 세편 보았다. <영화는 영화다>, <아름답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유일하게 블로그에 기록한 영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다.

 

김기덕감독 영화 [리뷰/오늘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복잡한 세상에 더하는 진한 여백

 

 

 

부산국제영화거리를 지나 저녁을 먹으러 향했다. 저녁 매뉴는 냉채족발. 이번 여행은 아무래도 짧은 일정상 벽화골목이나 벽화마을을 다니면서 먹을 것에 집중하는 여행. 결국은 먹는 것이 남는 것, 기록도 먹는 것들을 되도록 빠짐없이 기록하게 되었다. 이렇게 먹을 것을 나름 빠짐없이 기록한 여행이 처음이라 무척이나 신선하다. 왜냐하면, 먹을 것 앞에서는 항상 넋이 나가서 폭풍흡입을 하고 난 후에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에 이성을 챙기고 사진을 먼저 찍은 여행이라는 뿌듯함이라면 다들 이해하려나.

 

 

그런 이유에서 점심에 먹은 회는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그 이후 부터는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일을 교훈삼아 사진을 잘 찍어두었다. 냉채족발이 여러곳 모인 번화가가 있는데 그 중에서 '여기가 제일 유명하다네'라고 하는 곳으로 갔다. 매콤새콤한 맛의 냉채족발을 한입에 쏙 넣으면, 호로록.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맛있어 정도는 아닌데 여행을 다닌다는 분위기에 업되서 맛도 좋고 신도 나고 쫄깃한 식감이 쫄깃쫄깃, 입안에서는 냉채족발이 냉채냉채 족발족발 하는 기분. 길을 워낙 모르는 필자는 부산족발의 간판을 찍어 올린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엄마와의 대화 중, 엄마 말씀하길 "어른들이 먹기에는 별로인 맛 아닌가, 젋은 애들은 좋아할 맛이긴 하지" 하신다. 아무래도 우리 엄마의 기억에는 별로였나보다. 맛을 회상해보니 인정. 그럴 수 있겠다.

 

 

이제 신나는 후식 타임. 부산에서 시작된 설빙을 향해 출발. 수도권에는 본점이 없다. 평소 설빙덕후가 되도 좋다며 마음만은 언제나 1인 1빙을 먹기를 바라는 나는 신나게 부산거리를 걸었다. 참고로 설빙의 캘리그라피는 오상열 선생님이 디자인하셨다. 다음날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다니다가 우연히 '갤러리 펀몽'이라는 곳에 가게 되어 알게된 사실. 설빙을 설빙답게 표현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었는데, 부산에 왔더니 자연스럽게 알게되었지.

 

 

내부 인테리어는 여느 카페와 비슷하다. 아무래도 요즘 생겨나고 있는 설빙들보다 조금 오래된 느낌이 있다.

 

 

빙수를 기다리며 감천문화마을에서 하나씩 모은 도장들을 쭈욱 살펴본다. 뿌듯. 도장들을 살펴보면 작은 집들의 특성을 잘 살려 굵고 가는 선으로 느낌있게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루베리 치즈빙수. 블루베리가 얼어있어 입 안에 넣고 녹기를 약간 기다렸다가 깨물어 먹는 것이 방법. 그래야 맛이 나는데 성질이 급한 나는 녹기전에 씹고 아무 맛도 안난다며 괜히 시무룩.

 

 

그래서 얼어있어도 바로 맛이 나는 망고빙수를 먹고 싶어했지만 이날 6월 27일에는 우리동네에 없는 블루베리 빙수가 떡하니 미리 나와 있나싶어 먼저 시식한다는 위대한 마음가짐으로 주문했다지. 내 뜻은 아니고 쏠시가 (... )

 

 

거의 다 먹고서 알게된 기다려야 맛있다는 깨우침. (이것도 남편이 알려준) 아쉽지만 다음에는 꼭 천천히 먹어보는 걸로 마무리. 쏠시는 나에게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알려준다.

 

 

어쩌면 좋아. 너무 센스있게 마지막은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네'라는 캘리그라피다. 설빙을 처음 알게되었을 때도 빙수집 메인카피가 '기다림'이라는 사실이 무척 따뜻하게 다가왔었는데 '설빙'을 포스팅하게 되면서 카피를 마주하니 또 다른 느낌. 기다림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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