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 예쁘다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해 본 적이 있는가? 무척이나 미웠던 누군가와 친구가 된 경험이 있는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목숨을 바쳐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가? 웰컴투 동막골, 이 곳에 해답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큰 화면 (영화관) 으로 못 봤다는 사실을 후회했다.

"내 좀 빨라. 나 참 이상해. 숨도 안 멕히고. 이래 이래 팔을 휘 - 저으믄, 다리도 빨라지미. 다리가 빨라지믄 팔은 더 빨라지미. 땅이 막 뒤로 지나가미. 난 참 빨라."

웰컴투 동막골의 이상하지만, 밉지 않은 여자 여일(강혜정 분)의 대사는 제법 인기가 있었다.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 중 누군가 따라하면 맘껏 즐거워 할 수 없었다.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모습을 너무나 잘 소화해 준 덕분에 강혜정은 2005년 대한민국영화대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를 보니, 그러했다.

매력있는 주연 캐릭터와 순진무구 그 자체인 마을 사람들의 환상적인 호흡은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 입에 꾸준히 오르내린 이유를 실감하게 했다. 그리고, 동막골이 실제 있었다는 환상을 가질만큼 심각한 착각속에 빠지게도 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장진 감독의 연극을 영화화 했다. 연극도 영화처럼 '예쁘다'라는 느낌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첩첩산중에 숨겨진 동막골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면, 참 답답할텐데 답답하지도 않다. 동막골에 오면 누구나 가족이 된다.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서 딱딱하게 굳어있는 마음의 일부가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의 판타지와 하모니를 이루는 OST


동막골에 발을 딛는 순간 모두가 빠져든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에 행복한 상상을 덧입혔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참혹한 전쟁의 어두움을 잊게해주는 행복한 판타지가 줄곧 등장한다. 행복한 영상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일 것이다. '웰컴 투 동막골'을 더욱 웰컴 투 동막골과 같게 만들어주는 음악은 일본의 영화음악가 하사이시 조가 맡았다. 그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움직이는 그림에 마음을 울리는 소리들을 담아냈다. 영화를 보면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생각나네?'라고 생각했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하사이시 조가가 담당했던 작품이다.
 

사람, 사람, 사랑 그리고 화해

 
국군과 인민군이라는 벽이 그들에게 있었다. 단 한번도 만난적도 없는 사이인데, 미워해야만 한다니.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미군이라는 그들이 속한 집단의 특성이 서로를 미워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막골 안에서 점점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전쟁과 어울리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에는 화해의 매개체가 종종 등장한다. 조금은 뜬금없는 멧돼지와 팝콘이 화해의 매개체이다. 그런데 영화를 잘 들여다보면 이 두가지가 화해의 소재로 제법 적합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촌장에게 리수화(정재영 분)가 묻는다. "그러니까네,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뭐 위대한 비결은 뭡네까?" 하고 묻자 촌장이 말한다. " 뭐르 마이 맥여이지 뭐." 그렇다. 함께 먹는 것이 곧 비결이다.


동막골을 위한 마지막 전투


동막골에 폭격을 가하려는 계획에서 동막골을 구하기 위한 국군과 인민군의 연합작전은 코 끝을 찡하게 했다. 동막골로 향하는 폭격을 위장된 대공포진지로 유인하기로 한 그들의 마지막 전투는 결국 동막골을 지켜냈다. 적과 아군, 너희와 우리를 나누지 않고 진심으로 대해 준 동막골에 사는 모두를 위한 보답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
감독 박광현 (2005 / 한국)
출연 정재영,신하균,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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