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브, 돌고래쇼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당신은 동물을 사랑합니까? 그리고 환경을 사랑합니까? '예'라고 대답한 당신이라면, 당장 돌고래쇼 보는 일 부터 그만두자. 이 사실을 먼저 강조하는 이유는 혹시나 검색창에 돌고래쇼를 보려고 '돌고래쇼'라고 적는 누군가가 있을 것 같아서다.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영화가 나왔을 당시 졸업학기였다. 2년전, 독립영화 상영관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소식 메일을 받아보곤 했다. '더 코브'에 대한 소식을 받아보고 영화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과제에 손발이 묶여서 갈 수 없어서 큰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2011년 개천절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보고난 후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인식의 변화다. 영화를 보기 전, 돌고래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꼭 볼 필요는 없겠지만 보고싶다면 봐도 좋은'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 같은 물음으로 질문을 한다면 '꼭 볼 필요도 없지만, 함께 보고싶은 당신의 아이와 부모님을 사랑한다면 돌고래쇼를 보면 안되는 이유를 그들에게도 반드시 알려줄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은 200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우리들에게 알려졌다. 돌고래 조련사들에게는 대부와 같은 존재, '릭 오배리'가 이제 '돌고래'들의 아빠가 되어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벌이는 힘겨운 싸움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1960년대 전 세계에 돌고래에 대한 폭풍같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미국 TV시리즈 '플리퍼'를 만든 1등 공신이다. 돌고래와 관련된 산업을 세우는데 35년을 바쳤다. 그러나, 그와 함께 플리퍼를 만들어 간 돌고래 캐시의 자살로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가 이 사업을 부수기 위해 노력한지 10년이 되었다.
   

돌고래는 불행하다


우리는 오해하고 있다. 돌고래는 행복한 생명체라고 말이다. 필자 또한 돌고래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명랑하고 쾌활하게 쇼를 보이는 그들이 사육과 조종을 당하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나의 무지함에 또 한번 실망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에, 생각을 해 보라. 누군가 당신을 잡아다가 가둬놓고 물고기를 던져주면서 묘기를 연습시킨다는 상상을 해 보란 말이다.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이 상황이 지금도 열광하는 사람들 앞에서 쇼를 보이는 돌고래들에게는 현실이다. 끊임없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무언가를 보고싶어하는 인간의 눈 때문에 돌고래들은 스트레스로 위궤양 약을 먹어가면서 그들에게 아무 유익도 없는 '쇼'를 하고 있다.  
 

돌고래는 야생에서 하루 65km 이상을 여행하며 살아간다. 또한 이들은 소리에 매우 민감한데, 그들은 청력으로 바닷속에 들어 온 당신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자의식이 있는 존재다. 거울을 볼 때 그들은 무엇을 보고있는지를 안다. 플리퍼에 출연한 캐시의 경우 자신이 출연하는 것과 다른 돌고래가 출연하는 것을 구분했다고 한다.

돌고래가 위험하다


일본 타이지에서는 소리에 민감한 돌고래의 특성을 이용하여 그들을 한 곳으로 몰아 대량학살을 한다. 그들이 위험하다. 세계적인 돌고래 수출국 타이지 어부들은 '쇼'를 할 수 있는 돌고래를 선별한 뒤 나머지 돌고래들을 모두 무참히 학살한다. 무참히 학살하는 장소는 the cove, 바다의 후미, 즉 일반 사람들에게는 노출되지 않은 만이다. 그렇게 해마다 타이지에서 돌고래 2만 3천마리가 죽임을 당한다.
릭 오배리는 타이지의 무분별한 돌고래학살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오히려 이에 맞서 타이지의 어부와 경찰은 릭 오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릭 오배리를 죽이려 한다.

릭 오배리의 오션스 일레븐


릭 오배리는 촬영이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목숨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타이지의 잘못된 전통(타이지는 돌고래 학살을 전통이라고 한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특별한 재능은 돌고래 학살을 은폐하려는 타이지의 실상을 촬영하는데 필요한 재능으로 '가짜 바위를 만드는 재능, 군용 특수장비를 다루는 재능,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재능, 많은 짐들을 옮길 수 있는 재능, 90m 아래의 수심을 단 한번의 숨으로 잠수 할 수 있는 재능'이 바로 그것이다.  

돌고래가 죽어야만 하는 이유


그렇다면, 타이지의 돌고래들은 왜 그렇게 죽어야만 하는가. 일본은 돌고래가 너무 많은 물고기를 먹는다고 주장한다. 위 이미지는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의 한 수산시장의 모습이다. 거대 어류들이 어딘가로 가기 위해 줄을 맞춰 누워 있다. 일본이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먹는 양에 대해서 걱정할 만 하다. 저렇게나 많은 어류들을 물 위로 끌어올리려면, 돌고래가 물고기들을 잡아먹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영화에서는 말한다. "아니다, 분명한 주범은 인간이다."
일본은 1986년 이래 포경을 금지한 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국제 포경 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을 방법을 찾고 있다. IWC에서 일본은 모든나라가 반대하는 것을 찬성하는 한편 돈으로 가난한 나라들을 매수해 일본의 의견에 찬성표를 줄 것을 요구한다.
고래고기의 수요는 일부 있으나, 돌고래 고기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돌고래는 사람들에게 식용으로 여겨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어류에 비해 20배나 많은 수은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마다 23,000마리의 돌고래가 흘린 피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타이지에서 학살된 돌고래는 값비싼 고래고기로 둔갑해 팔리거나, 버젓이 다른 고기의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또는 급식의 형태로 강요되어 먹여지기도 한다. 이런 행태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미디어의 은폐다.

피바다, 그들의 울음소리


첩보영화에 버금가는 '릭 오배리'의 오션스 일레븐 작전은 타이지 마을의 돌고래 학살현장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한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단 한번도 위와 같이 붉은 바다를 본 일이 없었다. 영화에서는 돌고래 학살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 어떤 음향효과도 특수한 장치도 첨가하지 않는다. 오로지 돌고래들의 처참한 울음소리에 섞인 처량한 파도소리, 돌고래들의 몸부림 치는 소리만 담겨져 있을 뿐. 
일본은 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국제 포경 위원회 회의에서 돌고래를 죽이는 방식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등뼈에 단 한번의 공격을 가해 돌고래가 순식간에 죽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내용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러나, 타이지의 어부들은 돌고래의 이곳저곳을 사정없이 찔러 온 바다를 피바다로 만들고 배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흥얼거린다.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을 릭 오배리는 국제 포경 위원회에서 일본이 돌고래를 죽이는 방식이 향상되었다고 발표하는 그 순간 모니터를 어깨에 매고 회의장소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보인다. 

알려진 슬픈 돌고래의 진실, 그 이후
 


영화의 마지막에는 돌고래를 지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가 여럿 나온다. 영화의 상당부분 나름대로 성심성의 껏 인터뷰에 응해 준 일본수산청 직원 모로누키 히데키는 해고되었고(씁쓸하다), 일본의 원조를 받아 국제 포경 위원회에 참여하던 도미니카는 위원회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일본은 또 다시 새롭게 자신의 편을 들어 줄 가난한 나라를 모집하고 있다. 덧붙여, 타이지의 학교들에 급식으로 나가기로 결정된 돌고래 고기는 나가지 않게 되었다. 아주 조금은 변했다.   

우리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돌고래를 구하기 위해 나서기는 힘들다. 하지만, 소비자인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팔리지 않게 하는 일이다. 아래링크는 돌고래쇼와 관련된 기사다. 세계적으로 돌고래쇼를 금지, 중단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는데,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돌고래쇼를 더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 기사 중 일본 타이지는 '연간 2000마리의 돌고래를 후미진 곳으로 몰아 작살로 찔러 죽이거나, 공연용으로 산 채로 잡아들여 국제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나와 있는데, 2000마리가 아니라 20000마리를 잘못 적은 듯 하다.

 
'더 코브'는 우리들이 모르고 있던 환경파괴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단순히 '나는 돌고래를 죽이지 않았어'라는 생각은 일차원적인 생각이라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여기며 행해지는 우리들의 악습을 끊기 위해 돌고래쇼를 보는 대신 '더 코브'를 보기를 바란다. 일차원 보다는 이차원이 그나마 낫지 아니한가.
그리고 내 아이들이 진심으로 환경과 사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면, 돌고래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 보다 돌고래쇼에 숨겨진 슬픈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감독 루이 시호요스 (2009 / 미국)
출연 리차드 오배리
상세보기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