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유전적 요소를 넘어라
- 소울푸드: 리뷰/오늘은 영화
- 2012. 9. 28. 22:53
'완득이'는 참 착한영화다. 착하고, 착하고, 착해서, 착하니 착하다. 그래서 착하면 뻔하니까 라는 생각에 완득이 보기를 미루고 미뤘다. 결국 필자는 소속된 교회에서 완득이 단체 관람을 시켜주는 바람에 어쩌다가 묻어가서 재미있게 보게 되었다. 500명의 청소년들과 단체 관람한 영화, 오늘은 '완득이'다.
언제부터 착한 것은 재미없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는가. 착하면 재미없을지도 모른다는 필자의 생각을 여지 없이 무너뜨린 영화가 여기에 있다. '완득이'는 전혀 착하지 않은 세상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착하기 때문에 피하려고 했던 영화 '완득이'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장 기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와 있다. 올해 4주 연속 1위에 머물렀던 '최종병기 활'과 '도가니'를 뛰어넘는 기록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완득이 소개에 앞서 완득이의 매력을 이야기 하고 넘어가겠다. 영화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라는 다소 껄끄러울 수 있는 소재를 인물의 특수한 상황과 학교, 교회라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별 다른 악역이 존재하는 것도, 이렇다 할 입체적인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영상이 있는 것도, 특별한 스토리로 무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나라의 일부분을 충분히 담아냈다. 이 일부분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완득이는 가난하고, 가난한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가족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필리핀 이주여성인 어머니라는 아무리 노력해도 변경이 불가능한 유전적 요소를 안고 살아간다. 그렇다. 완득이는 착하기는 하지만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너무 칙칙하거나 무겁지 않았다. 현실에 대해 심드렁하게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맞서려고 한 흔적이 영화 곳곳에 보인다.
그 누구도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완득이'를 봤던, 그 주 월요일에 '헬프'를 봐서 그런지 편견이나 선입견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 영화는 그 누군가에 대한 나의 시선을 한번 쯤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우리는 나와는 다른 것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우위를 정하기에 바쁘다. 이렇게 살아가고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편견 때문에 힘들게 살아 온 완득이의 아버지 역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의식이 순전히 그의 탓은 아니다.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이 몰아간 사회구조, 가난의 대물림, 자신을 제대로 받아 들여주지 않은 세상은 완득이가 하고자하는 '킥복싱'을 충분히 불안해 할 만 했다.
누군가는 유전적 요소 안에 갖혀서 살고있다
유전적 요소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연습을 통해 행복해 질 수 있다. 이 말은 필자만의 허무맹랑한 주장이 아니다. 필자만의 강력한 주장이라면 전혀 신빙성이 없겠으나 소냐 루보머스키 박사님(이하 소 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므로 우리는 이 말씀을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그의 저서 [How to be happy: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에서는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뒀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유전적 영향 50%, 의도적 활동 40%, 환경 10%로 구성된다고 한다. 완득이에서 주인공은 열악한 유전적 영향(50%)과 좋지 못한 환경(10%)에서 결코 벗어날 수는 없지만 의도적 활동(40%)로 행복으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간다. 유전적 요소에 갖혀서 힘들어 하기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다. 고민하고 아파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쉼 없이 보인다.
유전적 요소에 갖힌 그대, 넘어라
완득이의 의도적 활동에 대해 돌아 보기 전, 소 박사님은 '의도적 활동'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소 박사님께서는 의도적 활동으로 "첫 번째,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두 번째,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씀 하셨는데, 어쩜 이렇게 완득이의 스토리와 척척 들어 맞는지 신기하다. 완득이에게는 공동체가 있었고, 킥복싱이라는 운동을 통해 무언가를 시도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는 게 소 박사님의 저서와 척척 들어맞는 그 내용이다. 또한 따로 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완득이 스스로가 의도적 활동을 여러 번 시도한다는 것을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완득이의 의도적 활동 외에도 영화에서 주목해보면 좋을 만한 것들이 몇가지 있다. 영화에서는 인적네트워크 형성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표현했는데, 이 네트워크는 소 박사님이 말씀하신 공동체라 할 수 있겠다.
소셜네트워크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21C, 현대 시대에 이웃집의 다사다난함이 내 귀로 들어오고, 이웃집에 사는 여자가 집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본의 아니게 보게 되는 이유로 일어나는 헤프닝들을 통해 물리적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인적네트워크가 어떤 느낌인지를 영화를 통해서나마 훈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옆집에서 키우는 개가 뽀삐인지 나나인지 초롱이인지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이런 광경들이 참으로 인간냄새 폴폴났다고나 할까)
이제, 슬슬 글을 끝 맺어보도록 하겠다. 간략하게 완득이의 독백으로 마무리를 해 볼까 한다.
'위인들에게는 모두 호가 있다.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 그리고, 얌마! 도완득!'
얌마, 도완득 : 이 얼마나 따뜻한 호칭이란 말인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 처럼 우리도 이 추운 겨울 똥주처럼 이웃의 이름을 불러주자. 유전적 요소로 힘들어 하는 이웃에게 이름을 불러주는 한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다.
유전적 요소에 갖힌 그대는 넘어라, 그리고 갖힌 이웃을 알고 있는 이 세상의 똥주들은 이름을 부르자. '얌마...!'
(... 아, 격한 호칭 말고, 따뜻한 호칭으로 하나 준비해 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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