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쉐프, 훈훈하다

남극의 쉐프, 훈훈해서 견딜 수 없는 영화다. 바오밥나무 닷 컴 영화 카테고리에 글루미 썬데이를 포스팅 한 이후 어떤 영화를 보고 글을 써야 '황량해진 마음에 약간의 촉촉함을 더할 수 있으려나' 라는 고민이 있었다. 조금의 고민 끝에 만나게 된 영화 '남극의 쉐프'와 남극기지에 간 8명의 남극관측 대원들의 훈훈 스토리를 소개한다.  

남극관측 대원의 조리담당이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영화화 했다는 남극의 쉐프는 너무 추워서 세균조차 용납되지 않는 남극에서의 일상을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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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파견된 가네토 부대장, 국립 극지 연구소에서 참가한 설빙학자 모토야마 대원, 국립 극지 연구소에서 파견한 기상학자 히라사와 대원, 나고야 대학교에서 참가한 대기학자 린 대원, 홋카이도의 스기나와 시립병원에서 참가한 마취과 의사 후쿠다 대원, 나라 여자대학교 설빙부문의 조수 역할로 참가한 가와무라 대원, 교토 통신사에서 참가한 통신/기계 담당 사토대원, 마지막은 해상 보안청에서 참가한 조리 담당 니시무라 대원 이렇게 여덟명이 영화의 주요 인물이다.

남극관측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남극에서 하는 일, 그들의 실제 이름이 영화 안으로 그대로 들어와 있는데, 이들의 성격이나 특성도 사실과 유사한지는 알 수 없다. 조금 더 실제와 근접하게 알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읽는 수가 있긴 하다. (필자는 고민 중이다)
책과 영화에 대해 몇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책과 영화의 각기 가진 다른 매력을 알 수 있었다. 책과 영화는 모두 남극의 일상을 그렸다. 그러나 책은 남극에서의 먹거리에 대한 깊은 고민이 그들의 삶에 비해 더욱 깨알 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영화는 남극에서의 찬란한 먹거리와 함께 남극대원들의 유쾌한 일상에 비중을 두어 만들어 졌다는 게 조금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 여기서 부터는 훈훈한 훈남은 없지만서도 훈훈한 영화, 남극의 쉐프의 남극라이프를 몇가지 살펴보겠다.



남극라이프, 추워도 좋아


남극의 쉐프와 그의 동료들이 살아가는 남극 돔기지는 해발 3.8km, 평균기온 영하 57도의 극한지 중의 극한지다. 밖으로 나가면 바로 얼어버린다는 이 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은 평범한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추운데도 어찌나 잘 놀고 즐거워하는지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흐뭇해 진다. 야구를 하기 위해 눈 위에 딸기음료로 야구장을 대략 그려놓고 그 눈을 맛있게 퍼먹는 우리 아저씨들, 추워도 신난다.


남극라이프, 평범한 일상


남극에서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 아저씨들의 삶이란건 뭐 그렇게 까지 엄청난 것도, 그렇다고 대단한 것도 없다. 그들의 남극에서의 즐거움 중 하나는 녹화 해 온 체조 비디오에 나오는 여자분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매일 아침마다 체크 하는 것 정도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판타스틱한 짜릿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겠다. 오우, 그러나 필자는 판타스틱한 짜릿함도 좋지만 이렇게 물 흐르는 구성에도 매력을 느낀다. 큰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평범하게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가운데 작은 다툼이나 사건이 일어날 때면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더 큰 긴장감을 갖게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남극의 쉐프'를 보지 않는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조금 더 보고싶은 영화가 되려나.


남극라이프, 우리 외로워


귀여운 극지방 동물들 같은건 얼씬도 하지 않는 추운 곳에 사는 유일한 생명체 8인. 그들은 너무 외롭다. 모토상의 생일날 그의 딸과 함께 통화하는 내용을 다들 조금이라도 듣고 싶어서 다 같이 머리를 모으고 귀를 기울인 모습에 가슴이 짠하다. 영화는 휴머니즘, 그리고 휴머니즘, 또 휴머니즘이다. 이 휴머니즘이라는 것도 뭐 그렇게 위대한 휴머니즘은 아니다. 그냥 사람냄새가 폴폴 난다. 그리고 남극에서 사는 이 아저씨들 덕분에 내 주변에서 나와 함께하는 좋기도 하고, 밉기도 한 그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한다.


남극라이프, 쉐프가 있다


외로울 때 함께해주는 쉐프가 있다. 집에서는 매일 누워서 TV시청만 하는 남자, 니시무라. 그는 남극의 필수남이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남극 생활에서 유일한 희망은 니시무라의 특급요리다. 

 
남극이라는 환경의 특성상 가질 수 밖에 없는 제한된 상황들을 니시무라는 매번 기가 막히게 해결한다. 대왕 새우튀김(대원들이 모두 원해서 튀김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던), 라멘(물의 끓는점, 필수적인 재료의 부재의 문제로 고민하던)은 물론 보기만해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밥상을 매일 같이 떡 벌어지게 차려낸다. 그리고 이 요리들로 매 식사 때마다 대원들을 한상으로 모으고, 힘들어하는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하며,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도 한다.

참고로 '남극의 쉐프' 속 음식들은 다른 일본영화 [카모메 식당], [안경]의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오미의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의 자세다. 처음의 평범함과 따뜻함은 영화의 끝까지 이어진다. 일본영화 중 이런 구성을 가진 영화들이 몇몇 있는데, 필자는 이런 구성을 사랑한다. 완전 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쌀쌀해지는 날씨, 요즘들어 부쩍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당신에게 '남극의 쉐프'를 추천한다.

남극의 쉐프
감독 오키타 슈이치 (2009 / 일본)
출연 사카이 마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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