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 대한민국에 맛집은 없다

지인으로부터 들어서 알고는 있었던 공공연한 사실. 'TV에 출연하는 모든 장소는 사례금을 지불한다.' 사실 말이 좋아서 사례금이지 실상은 검은돈으로 엮인 유착관계다. 공공연한 사실에 대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적당한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거부감이 드는 정도의 사례금'일거라 생각했었다 (100만원 내외). 그러나 아니었다. 미디어를 고발한 미디어: 트루맛쇼가 고발한다. "너희들이 보고있는 TV는 가짜다." 


'맛있는 TV'는 사실 맛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맛없는 TV는 맛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돈을 원한다. 내레이션은 상냥하게 말한다. '방송에 출연하는 건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같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영화는 곧 '맛'쇼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실습을 한다. 

STEP1 실제 식당을 차린다(다큐를위한셋팅). STEP 2 방송협찬대행 업체를 찾는다. STEP 3 업체에 견적을 낸다.


실제 음식점을 열고 방송협찬대행을 알아 보는 과정에서 그 동안 쉬쉬하던 그 사실이 드러난다.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에게 프로그램을 지급한다. 대신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에게 출연하는 식당의 업주로 부터 받은 사례금의 일부를 상납한다. 이 시스템이 우리나라 교양정보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원리였다. 

스타의 맛집으로 소개되는 경우 기본이 900만원. 이 돈이면 15분동안 방송에 나올 수 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광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미디어는 그냥 생각없이 내 보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영화에서는 실제 연예인의 사례로 맛집의 실체를 증명하기도 하는데, 아래 링크는 '트루맛쇼'에서 이야기하는 남희석씨의 칼럼이다. 이 글에서 그는 맛집이 아닌 식당을 맛집이라고 말한 사실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다.
'트루맛쇼'라는 제목을 들으면 몇 초 되지 않아 실소가 나온다. 1998년 피터위어 감독이 만든 영화 '트루먼쇼'의 제목을 가져다가 살짝 비틀어서 만들었다는 사실은 영화 '트루먼쇼'를 아는 사람이라면 많은 사고과정를 거치지 않고도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이처럼 풍자코드로 '언어유희'를 간혹 도입한다. 


프로데 에 인간노 바로 그것이
다. Frode(조작) 그리고 Inganno(기만), 조작과 기만은 미디어라는 거대한 매체를 통해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시청자를 우롱한다. 언어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부분 부분은 제작자의 편집을 통해 절묘하게 표현이 되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다. '트루맛쇼'를 직접 보게되면 무릎을 '탁'하고 치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트루맛쇼'는 평소에 그토록 궁금해하던, 맛집의 실제를 알게 해 준다. KBS,MBC,SBS 방송3사를 통틀어 2010년 3월 1주일동안 방송된 맛집의 수는 177 곳, 1년이면 9229개의 식당이 소개된다고 한다. 트루맛쇼는 맛 칼럼니스트와 전문가에 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TV에 소개할 만한 맛집은 몇 개인가요? 그들이 말하길,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많아야 몇십 곳, 전국 맛집을 다 꼽아봐도 2-300여 곳 뿐이라고 한다. 진짜 맛있는 집, 맛집은 없다. 


그러나, 맛집이 되는 방법은 여기에 있다. 맛집전문 방송브로커에게 문의하면 된다. 맛집전문 방송브로커 임씨는 트루맛쇼의 얼굴없는 주역이다. 유일하게 모자이크 처리되어 출연하는 그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그냥 밥집'을 엄청난 '맛집'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는 캐비어 삼겹살로 그냥 밥집을 맛집으로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리고 구태여 덧붙인다. 진짜 캐비어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모른다. 비싼 재료 써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차피 모른다. 

캐비어는 30g에 30만원을 웃도는 그램 당 1만원 이상인 고급재료다. 캐비어를 그릇위에 담아 얼음위에 올려 놓으면서 캐비어는 온도에 민감한 재료이므로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프랑스 요리사가 등장하는 부분과 지글지글 익고 있는 삼겹살 사이에 낀 캐비어의 기름에 절은 모습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어이가 없어진다. 삼겹살에 끼어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캐비어 알들을 보면서 프랑스 요리사는 한마디 한다. "VERY NEW TO ME." 오, 놀라울 수 밖에.
사실 삼겹살에 끼운 캐비어도 그냥 생선알(럼피쉬)이지 캐비어는 아니었다. 브로커라는 임씨는 말한다. "왜이렇게 싸게 파시냐고 오히려 손님이 사장한테 90도 인사를 해. 사업은 원래 헷갈리는거야." 어찌나 자랑스럽고 당당한지, 나도 정말 헷갈린다.


출연하게 될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맛집으로 출연하기 위해서는 '특별함'이 관건이다. 그래서 음식점 '맛'은 매워서 '죽거나말거나' 상관하지 않겠다는 메뉴를 주 종목으로 삼아 방송 출연을 진행한다. 그냥 평범한 식당이 방송출연을 결정한 순간부터 엄청난 특별함을 가진 식당이 된다.맛은 없어도 된다. 어차피 시청자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보여주면 된다. 얼마나 매운지. 

모든 음식에는 필요이상의 청양고추가 들어가고, 무척이나 과하다는 느낌만 준다. 쇼라는 사실을 알고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맛집소개 프로그램에서 꼭 있는 장면 5가지를 '트루맛쇼'에서는 알려준다. 
1. 처음에 찾아 갔을 때, 면박을 주며 "장사 끝났다."고 매몰차게 받아주지 않는다.
2. 요리과정을 소개하는 중간에 꼭 나온다. "비밀입니다."
3. 재료판매상은 꼭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이 너무 깐깐하세요."
4. 맛집에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꼭 "어흐으-어헝"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먹는다.
5. 그리고 그렇게 먹고나서 하는 말도 하나 같이 똑같다. "죽겠다." "끝내준다."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다섯가지 법칙을 완벽하게 보조 해 줄 두가지 장치가 존재한다. 하나는 잘 짜여진 대본, 다른 하나는 지시대로 움직여 줄 가짜손님이 바로 그것이다.


맛집소개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트루맛쇼를 위해 만들어졌던 음식점 '맛'도 문을 닫는다. 음식비평문화는 공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그리고 결론은 시청자의 몫이다.

2011년 5월 30일 영화 '트루맛쇼' 상영등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있었다. 이유는 명예훼손이다. 트루맛쇼는 시청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미디어를 고발했고, 법원은 신청을 기각했다고 한다.

필자는 맛있는 음식은 좋아하지만, 맛집에 큰관심은 없다. 그리고 TV 시청을 할 때, 되도록이면 피하려는 프로그램이 바로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다. 영화에서 말했듯 항상 같은 말만 반복하고 맛있는지 아닌지 검증도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맛있다는 말만 앵무새 처럼 반복하기 때문에 맛집 소개 프로그램만큼 재미없는 프로그램도 없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맛집이 나오는 '트루맛쇼'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미디어를 고발한 미디어, 트루맛쇼를 제작한 지식인들의 양심선언에 박수를 보낸다.

트루맛쇼
감독 김재환 (2011 / 한국)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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