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없다

그녀는 가짜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혹은 그녀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가능하기나 할 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나를 죽여야 행복해 질 수 있었던 인생, 영화 '화차'다.

필자는 발톱만한 심장의 소유자로 미스테리, 호러, 스릴러 등의 장르는 제대로 감상할 줄 모르는 엄청난 능력을 가졌다. '화차' 역시 마찬가지다. 용기를 내서 보게 된 이유는 텔레비전 영화소개 프로그램의 홍보 덕택이라고 해 두겠다. 그래서 '화차'를 언제 보았는고 하니 개봉 후 이틀 뒤인 3월 10일에 보았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글을 쓰냐하니 "발톱만한 심장이 무서워 했어요. 절대 제가 무서운 건 아닌데"라고 말한다면, 스스로가 더 초라해 질테니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소재의 재발견, 소설 '화차' 그리고 영화 '화차'

화차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일본에 '미야베 미유키'라는 거대한 이야기 꾼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1960년 일본 도쿄의 서민가 고토에서 자란 그녀는 법률사무소에 재직중이던 23세에 소설을 쓰기 시작, 1987년 단편 <우리 이웃의 범죄>로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세상에 내놓은 이 장편소설은 90년대 초의 일본 사회상을 그대로 담아낸다고 한다. 소설을 읽지 않아 (필자의 심장은 발톱만큼 작으니까) 소설에 대해 이렇다 할 정의를 내릴 수는 없으나,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며 책 곳곳이 캡쳐된 부분을 읽어보니 두말 할 것도 없이 굉장한 흡입력을 가진 글이었다.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이라 불리는 장르,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에서 소재를 가져와 충실하게 필름을 채운 영화 '화차'는 변영주 감독의 열정으로 만들어졌다. 화차를 통해 필자가 알게 된, 그리고 존재가 제법 크게 다가온 그녀는 '화차'를 사랑했다. 아니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사랑했다. 3년간의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완성된 영화 '화차'는 열정과 애정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질겼다.

인간,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한계

소설 '화차'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본 영화 '화차'는 스릴러나 미스테리 보다 멜로에 무게를 둔 구성이었다 생각한다. 인류의 공통 관심사 사랑을 '화차'에서는 현대 사회가 갖게 된 속성인 익명성으로 흐릿하게 그려냈다. 사랑에 대한 정의 자체를 모호하게 한 것이다.

  

21세기,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란 곳은 과거 50년 전까지만 해도 옆집의 뒷집에 옆에 또 그 옆집 철수네 강아지 출산 소식까지도 시시콜콜하게 다 알던 그 때와는 너무 멀다. 도시의 팽창으로 우리가 누리게 된 많은 풍요와 함께 찾아온 외로움은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화차'는 그 외로움에 대해서, 도시의 풍요로 우리가 앓을 수 밖에 없는 부작용, 그리고 이 부작용에 따른 비극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한다는 두 사람 장문호(이선균 분)와 강선영(김민희 분)은 사실 서로 모르는 사이나 다름 없었다.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으며, 현재는 지난 날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려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사실 모르는 여자였다. 그리고, 한 순간에 사라진 그 여자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공포에서 연민으로 바뀌기 까지 모든 것을 걸고 찾아 낸, 사랑하는 사람의 정체는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이제는 차경선(김민희 분)으로 나타난 그녀를 장문호(이선균 분)는 도망갈 수 있도록 놓아준다. 이렇게 숨이 턱까지 차 오르던 영화의 결말은 찜찜하다 못해 허탈하기 까지 하다.

사랑이란게 무한하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서슬퍼런 이 세상은 사랑할 수 있는 한계를 이토록 좁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세상이 스스로 우리의 한계를 좁히기 위해 조여오지는 않았을 터, 세상을 끊임없이 조여가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임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에게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화차'다.

안타까운 시대를 담은 '화차'대한 마지막 인사말은 변영주 감독의 말로 대신한다.
"세상 밖으로 쫓겨나고 싶지 않은 카인의 후예와도 같은 두려움을 안고 냉혹한 금융사회의 줄 위를 위태롭게 걷고 있는 우리는 이미 화차가 도착해야 할 어둠의 그곳에 와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화차 (2012)

Helpless 
8
감독
변영주
출연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송하윤, 최덕문
정보
미스터리 | 한국 | 117 분 | 201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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