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1991년 우리는 하나다

필자가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던 21년 전 이야기다. 꼬꼬마보다 더 작았으니까. 기억에 전혀 없는 1991년의 일부를 영화 '코리아'를 통해 보았다. 그냥 '탁구영화'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봐야 하는 영화, '코리아'다.

 

"그렇게 죽을 거같이 치더니 은메달이가?"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현정화 선수가 은메달, 이분희 선수가 동메달을 따고 시상대에 올라 그녀가 던진 말이다. 무뚝뚝하게 던진 말이지만 비아냥거림이나 무시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한 마디다.

죽을 것 같이 치고 은메달 밖에 못 받아서, 1991년 2월 남북은 판문점에 모여 탁구와 축구 두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한다. 선수단의 명칭은 코리아(KOREA), 단기는 하늘색의 한반도 지도, 단가는 1920년대 아리랑이다. 1991년 4월 일본에서 열린 제 41회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이렇게 서로 마주하게 된다.

 

현실만큼 생생한 허구, 46일간의 함께 사는 이야기  

 

 

영화는 그렇다. 영화에 대한 느낌을 잔잔하다와 역동적이다 둘 중 하나로만 표현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잔잔하다' 쪽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끓어오르는 벅찬 감동 대신 잔잔하게 밀려오는 소소한 행복들을 선물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만큼은 생생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이므로 영화 자체를 친밀하게 느끼기에는 좋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겠다.

 

 

그렇다면 '코리아'의 소재에 대해 몇 마디 적어보자면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지 척하면 딱하고 감이 오지는 않는다. 영화는 46일을 훈련으로 가득 메우는 대신 남, 북이 함께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이야기를 채워나갔다. 그 외에는 이야기 거리가 없을 법한 것도 사실이다. 남쪽 선수들과 북쪽 선수들이 서로 다른 팀으로 경쟁을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본의 아니게 한 배를 타게 되었으니 이 외에는 별 다른 사건이랄 것이 없다. 남쪽 북쪽 할 것 없이 모두 최고의 선수로 구성된 국가대표팀, 때는 바야흐로 탁구의 전성시대이니, 영화 안에서 안고 가야하는 갈등요소는 오로지 한 가지, 남과 북의 불협화음이었다.

 

 

그렇다면 허구가 실제를 따라 올 수 있을지도 조금은 의문스럽다. 코리아팀의 선수는 영화에서처럼 현정화, 리분희, 유순복이었다. 영화에서는 현정화-리분희의 복식조가 승리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로 이끌고 있으나 실제는 이와 다르다. 영화에서는 마지막 경기에 복식이 있는 것으로 나오고, 극적으로 현정화-리분희가 승리를 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복식은 세번째에 있었고 현정화-리분희 조는 복식에서 패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여자 단식에서 유순복이 승을 거두면서 극적인 승리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실제다. 그러나, 유순복이 서비스 동작에서 두 번이나 말도 되지 않는 경고를 받아 불이익을 당했다는 점은 영화 '코리아'와 일부 일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억에 남은, 배두나 

 

 

실제와 만들어 진 이야기의 차이에 대해서는 사실 자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 볼 수 있는 것들이기에 영화의 감동과는 무관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실제를 따라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만 말하기로 하겠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영화의 무게는 '배두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굵직했다. 거두절미하고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그 후, 영화에 대해 블로그에 적으면서 얻은 두 가지가 있다. 한 배우가 보였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가 답을 못 냈다는 것 - 요약하자면 이렇다. 

 

 


코리아 (2012)

8.4
감독
문현성
출연
하지원, 배두나, 한예리, 최윤영, 박철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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