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당신 생각에 잠을 못 이루거나 기울어져 가는 달 보며 타는 가슴을 몰래 달래거나' 사랑이라는게 그렇다더라.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날 기억나지 않을지 몰라도 또 당신 생각을 한다는 노래 남궁옥분의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사랑 앞에 아무 이유없이 몰입하게 된다.

 

때로는 당신 생각에
잠못 이룬적도 있었지
기울어가는 둥근 달을 보며
타는 가슴 남몰래 달랬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고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세월이 흘러 먼훗날
기억 나지 않는다 하여도
오늘밤 또다시 당신 생각에
타는가슴 남 몰래 달래네

 

-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남궁옥분, 1981)

 

그러니까 이 노래는 사랑을 누가 말했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랑 때문에 바보짓하는 인간의 귀여운 면모를 나타내고 있다. 비단 노래에서만이 아니다. 이 활활 타오르는 마음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사랑에 빠진 안타까운 바보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두두리기 전에 키보드 부터 두드리곤 한다. 그 마음들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기록들이 있다.

 

 

 

생각해보건데 연애블로그가 장사가 잘되는 이유는 이 타는 가슴을 남몰래 달래는 사람들의 키보드 두드리기가  한몫 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추측이다. 그 외 종종 출현하는 검색어로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법', '마음으로 하는 연애', '연애', '연애 처음으로', '다가가는 마음', '연애를 하려면 적어도' 등이 있다. 이러한 검색과 관련된 글을 읽어보고 싶을지도 모르니 링크를 걸어두겠다. 연애와 관련된 책의 서평이다.

 

2012/10/06 - [소울푸드: 리뷰/그리고 책을] - 아무도 울지않는 연애는 없다,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

 

알랭드 보통, 사랑을 해부한다

서론이 길어졌다. 타는 마음을 달밤에 달래보고, 이렇게도 나를 괴롭히는 사랑이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는 남궁옥분의 노래와는 달리 책은 낭만적이지 않다. 오히려 사랑의 실체를 속속들이 보여준다. 배를 쩌억 갈라놓고 이건 대장, 이건 콩팥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게다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주인공의 끝 없는 혼잣말을 계속 듣고만 있었던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혼잣말은 이제 기존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대상에게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만 같은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한다는 점이 그 전에 타들어가는 주인공의 마음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는 사랑의 한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

 

사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에서도 사랑의 종결 상황과 관련된 적절한 표현이 하나 있다. '세월이 흘러 먼훗날 기억 나지 않는다 하여도...'라면서 세월이 흐르면 기억도 잘 나지 않을 그 사람 때문에 애태우는 마음이 사랑이란다. 주인공의 심경변화는 노래와 유사한 부분이 있으며 이러한 모습, 즉 사랑의 시작과 종결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마음 편히 보여주고 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알랭 드 보통의 처녀작으로 영국에서는 Essay in Love, 미국에서는 On Love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이 책이 풋풋한 이유는 보통형이 스물다섯쯤 되었을 때 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내 나이보다 어린 보통이라는 친구가 스물다섯의 유러피안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랑'에 대해서 쓴 이 책은 사랑의 보편성이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사랑함으로 내가 존재하게 되는 내용을 클로이와의 연애를 통해 이야기한다. 연인에게 느끼는 시시콜콜한 감정 부터 미묘한 심리변화, 상대방을 관찰하는 시선의 흐름, 때로는 실망하고 어느 때는 경이롭게 여기는 별 것 아닌 작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다. 사랑을 하면 사소한 것들이 크게 다가오는데 이러한 것들을 주인공의 시점으로 경험하고 재인식하면서 독자의 의식으로 흡수가 되고, 읽는이는 클로이와 연애를 하는 듯한 묘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역사, 종교, 마르크스를 사랑이라는 소재로 끌어들여 해석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더불어 사랑에 대한 정신분석적, 심리학적 사유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의 저서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를 보면 운명이라고 느끼는 상황은 무의식으로 만들어진 감정이라 한다. 주인공이 클로이를 보면서 느낀 사랑의 끌림, 연애감정, 클로이와 더 가까워지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프로이트가 말한 사랑이론과 유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연애라는 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하는 전환점이라 표현하면 어느 정도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프로이트가 말한 사랑이론의 키워드는 '재발견'이라 했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사랑 독백을 듣는 듯한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에 대한 온갖 새로운 시선. 하지만 참신하다고 여겨지는 작가의 사유가 이보다 적절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소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통찰이 그대에게도 생겨나길 바라며 오늘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어떨까.

 

 

<책은 도끼다>에서 추천한 도서 중 "인문학 읽기"에 대한 목표로 몇 권을 뽑아 봤다. 오늘은 그 중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리뷰한다.

 

<인문학 읽기>
- 시작
1.이철수: 마른 풀의 노래
- 들여다보기
2. 김 훈: 자전거 여행
- 사랑
3. 알랭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4. 알랭드 보통: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5.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그레이의 초상
- 낭만
6. 고은: 순간의 꽃
7.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지중해 문학
8. 김화영: 행복의 충격
9.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10. 알베르 카뮈: 이방인
11. 장 그르니에: 섬
- 가볍지 않은 사랑
12.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불안과 외로움
13.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삶의 속도
14. 손철주: 인생이 그림같다
15. 오주석: 옛 그림읽기의 즐거움
16.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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