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알바의 필담, 04. 꿀알바의 희로애락 (요가학원 데스크)
- 어느 알바의 필담
- 2014. 1. 9. 21:38
텔레비전 채널을 무심하게 돌리다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힐링캠프에 멈췄다. 박범신 작가였다. 전 작가가 아니라 죽을 때 까지 현역 작가로 살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듣기 좋았다.
소설 <은교>를 알기 전 영화 <은교>를 먼저 알았다. 말하기 부끄럽게도 영화 <은교>를 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소설 <은교>를 보지는 못했다. 영화를 본 사람도, 소설을 본 사람도 제법 괜찮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나에게 전했다. 서점에 가서도 책을 한 두번 들었다 놨다 했을 뿐, 살까 말까 했을 뿐 사지는 않았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는 작품인 <은교>는 영화화 되는 과정에서 상업적으로 일정부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소녀의 성적 매력에만 집중해 놓은 포스터를 개시했다. 그래서였다.
그래서 그마저 읽고 싶었던 소설도 선뜻 보겠다며 시작을 하지 못했는데 박범신 작가가 나온 힐링캠프를 보고는 이제 봐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작가님은 작품에서 표현하려 했던 '희로애락애오욕'에 대해 이야기하시더라.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 누릴 수 있는 자연적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우리는 그렇다. 나이라는 관념 때문에 혹은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시선 때문에 자연적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희로애락애오욕'까지 가져와 거창하게 시작은 했지만 사실 오늘 포스팅의 큰 제목은 그저 하나의 "꿀알바"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 <은교> 포스팅은 올해 안으로 하기로 하고, 오늘은 "꿀알바, 요가학원 데스크"를 주제로 필담을 이어 나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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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알바의 희(喜), 꿀알바의 조건: 업무시간에 개인시간 활용이 가능하다 (시급대비 효율이 좋다)
어느 알바의 필담을 꾸준히 쓰게 되면서 연봉과 관련된 유입이 단연 많고 종종 눈에 띄는 검색어 중 하나가 데스와 관련된 검색어였다. 검색어는 주로 "학원 데스크", "핫요가 학원"등의 검색어였는데, 검색유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프롤로그에서 해당 검색어와 관련된 일을 해보았다고 기록했었기 때문이다.
근무했던 곳은 서울에 위치한 핫요가센터로 일을 구하게 된 계기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안타깝게도 대학원 진학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당시 어떤 알바를 했으면 좋겠다고 정해놓은 위시리스트 비슷한 것이 있었다.
우리가 직장생활을 할 때 보통 투자하는 시간이 업무시간 외에도 이동거리, 나가기 위한 준비시간을 포함하면 기본 근무시간에 2시간, 많게는 4시간 까지 시간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
2. 급여는 하루에 8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급여에 대한 기준은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생활이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생각했다.
3. 이동시간은 집에서 한 시간 이내
사실 알바는 집에서 가까운게 최고, 사는 곳이 수도권인데 서울이 괜찮은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이동시간에 대해서 위와 같이 정했다.
4. 업무강도는 중, 중 이상이어도 무방
5. 업무시간 안에 개인시간 활용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무방
20살, 21살에는 사실 그랬다.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는데, 이유는 업주들이 20대 초반 아이들을 신뢰하지 못해서다. 아닌 사람들도 다수이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철'이 그들에게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보호, 부모님의 보호를 받다가 갓 사회에 나온 그들 중 누군가로 피해를 본 일이 있다면 더더욱 채용하지 않으려했다. 그래서 나도 그 때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무조건 되는대로 구했던 기억이 있다. 아르바이트가 잘 구해지지 않아 가끔은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그 때는 일부러 시급이 적고 조금 고된 일을 하기도 했었다. 그 일들이 밑거름이 되어 나를 성장시켜 줄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경험이 재산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20대 후반이 되어서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니 나에게 맞는 일, 맞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고되고 힘들었던 일들은 때로는 추억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나를 정신차리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든 일도 했었는데, 네가 배가 불렀구나"와 같은 나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주는 기억의 일부가 되었다.
스무살, 그 당시는 꿈도 꿔보지 못한 위시리스트를 적어두고 꼼꼼하게 찾은 곳이 핫요가 학원이었고, 간단한 면접에 합격하게 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핫요가센터에서 근무시간은 오전 9시 30분 부터 오후 4시까지로 6시간 30분이었는데, 오전 첫 수업이 10시인 관계로 오전 수업 시작 후 10시부터 11시 까지, 그리고 11시 30분 부터 오후 1시까지는 크게 할 일이 없는 개인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리를 지키며 사적인 용무를 일부 할 수 있는 몇 가지 아르바이트가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일자리가 고시원 총무, 독서실 총무다. 집중도 잘되고 공부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좋긴 하지만 시급이 너무 적고 주로 야간업무를 볼 사람을 뽑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일을 구할 때 선뜻 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알바자리다.
소제목에 꿀알바의 조건이 업무시간에 개인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이 부분은 사실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엄연히 "근무"를 해야하는 시간에 나의 사적인 용무를 본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시급을 공짜로 가져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물론 인수인계를 받을 때 회원분들 들어가시고나면 크게 할 일이 없으니 조용히 독서하거나 컴퓨터 하세요 했지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시급을 공짜로 가져간다는 미안함이 없을 수 있도록 청소를 조금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하루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3시간 까지 개인 시간을 쓸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바쁜 날에는 쉴틈 없이 운동에 대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로 북적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개인시간의 달콤함은 아직도 여전히 '그 알바는 꿀알바다'라며 회상하게 한다.
근무조건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주말은 휴무, 국경일도 휴무였다. 그리고 월급은 한 달에 80만원정도. 투자하는 시간대비 효율이 좋은 꿀 중의 꿀이었다.
희로애락을 한 포스팅에 전부 쓰려다 보니 길어져서 이번 포스팅은 꿀알바의 기쁨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다. <어느 알바의 필담>, 다음 포스팅은 "꿀알바의 역습 (성낼 로, 怒)"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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