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알바의 필담, 02. 꼴랑 3일간의 빵집 알바

 

 

 

탄수화물 중독, 하루 24시간 중 12시간 이상은 '단 것'에 대한 생각으로 보내는 나. 내 나이 내일모레 곧 서른. 나의 애틋한 빵 사랑은 단순히 먹는 것에서 끝나지 못했다. '내 반드시 빵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리라'라는 사명을 안고 빵집 알바를 한다며 버둥거리기 시작했으니 드디어 빵모자 곱게 쓰고 포스기 앞에 서게 되었다. 일하게 된 빵집은 흥리바게트.

 

이 필담은 최근에 경험한 이야기니 최신 정보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그 바게트에서 일하게 된 나는 열의를 불태우며 머리망도 사고 귀에 붙은 피어싱들도 떼어냈다. 빵집 알바의 옷차림이란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비슷하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는 망에 쏙 들어가 있어야하고 귀에는 장신구가 없어야하며 앞치마를 단정히 해야한다. 신발은 활동하기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고 앞이나 뒤가 뚫려있는 신발은 곤란하단다.

 

매장마다 교육일수나 급여기준이 어떤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일하게 된 매장은 나에게 교육기간이 15일임을 말해줬다. 이 15일의 의미는 열 다섯번은 매장에서 부르는 시간에 와서 교육을 받아야하며 교육기간에는 최저임금을 급여로 준다는 것을 말한다.

 

2014년에는 최저임금이 7월 5일 기준으로 7.2%가 올라 5210원이 된다지만, 올 해는 아직 4860원. 그러하다. 15일동안 시급은 4860원이라 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공지한대로 시급 5000원. 그리고 이후 6개월 동안은 시급인상이 없으며 6개월 이후에는 시급을 팍팍 올려준다는 것이 사장님 말씀이었다. 장기로 일하게 되는 알바생들에게는 7000 정도 주시는 듯 했는데 이유는 오래 일하는 경우 그만큼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급여에 대한 부분은 사실 체인이라 해도 다 다르니까 그렇겠지 하고 넘어간다. 흥리바게트 같은 경우 체인점이긴 하지만 지역마다 빵값이 다른 곳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3200원 하는 빵이 땅 값이 낮은 곳에 가면 2900원에 팔고, 땅 값이 높은 동네에 가면 3400원하는 식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맥흥날드 빅맥 가격은 강원도나 서울이나 같은데, 이 체인은 좀 다르다.

 

시급이 짜장 짜긴 하지만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거리이며 업무강도도 세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수복 반팔에 교육생 명찰을 붙이고 쩔쩔매는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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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100원에 울고 웃는 알바가 되고 첫날, 빵집 알바는 생각했던 것 보다 '복잡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일을 쉽게 보거나 만만하게 여기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알바를 하기 전 2달 동안은 집에서 푹 쉬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전에는 요가학원 데스크에서 꿀알바를 체험했었고, 그 전에는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했었기 때문에 서서 일해야 하는 빵집이라는 장소가 만만치 않을 것은 예상했었다. 평편한 평발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함께 찾아온 혼란은 '앉으나 서나 초코생각'과 같은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이름이었다. 빵이름은 짧고 간단한 것 부터 길고 현란한 것 까지 다양했다. 문제는 빵 이름만 외운다고 해서 모든 혼란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교육시작의 처음은 빵의 종류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빵집에 찾아가 아무 생각없이 들었다 놨다 하던 그 빵은 각자 구분이 있었다. 빵이라는 큰 덩어리를 가장 먼저 구분하는 기준은 생지와 완제였는데 생지는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빵을 말하고 완제는 공장에서 만들어서 오는 빵을 말했다. 생지와 완제라는 덩어리는 각각 단과자와 식빵이라는 분류, 그리고 기타라는 분류로 나뉘는 것을 기본으로 생지는 같은 생지들이라 하더라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신경써줘야 하는 세분류들이 있었다. 생지들은 페스추리, 도넛, 파이류 등 또 다른 소분류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매장 크기가 제법 크던 그 곳에서 포스 앞에 선 나는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생지와 완제 기타 단과자 같은 분류들을 외우는 이유는 포스를 잘 찍기 위함인데 포스에 정리된 빵 이름들과 분류들도 제법 뒤죽박죽 되어 있어서 빵집에서의 삼일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다.

 

세번째 날이 되었을 때는 빵이름도 제법 눈에 들어오고 포스에 있는 위치와도 매치가 잘 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기 시작하는 것이 함 투더 정. 행사하는 빵이라던가 커피 주문을 받는일, 청소하는 방법 등등은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다리가 많이 아픈 것에 비해 시간이 더디간다고 느낀 세 번째 날, "그래도 노동이란 모름지기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것이 제맛이로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과 시급이 약간은 아쉽다고 느끼기도 했었고, 일하던 매장의 위생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곱 씹던 그 주 다음 날은 쉬는 날이었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재료를 외부에 상당시간 방치하거나 (잘라놓은 토마토의 절단된 면에 초파리들이 달라붙는 것은 보기 좋지 못했다) 깨끗하지 않은 더스트(행주)로 빵을 담는 쟁반과 집게를 닦는다는 점, 손님들이 요청할 때마다 빵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전자렌지가 더럽다는 것 등의 위생문제가 보이기 시작했고, 일하는 시간 내내 손님이 와글와글하고 바삐 움직이는 것은 좋은데 시간효율 대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손해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나에게 작은 사건이 찾아왔다. 하루 푹 쉬고 다음 날 오후 2시, 지각하지 않게 종종걸음으로 도착해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온 나에게 가게 사모님이 말씀하시길 "왜 왔어요?"라고 하신다. 그 매장은 교육 기간에는 오전 오후 저녁 상관없이 전날 다음날 스케줄을 알려줬었다. 그래서 오늘 맞다고 문자를 보여드렸더니, 어제 문자했는데 안간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더라. (결론은 여러 교육생들에게 문자를 보내다가 헷갈려서 빠뜨린 것으로 마무리)

 

그 일이 있고 집에 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음날 사장님께 전화해서 그만다니겠다고 말씀드렸다. 빵집에 대한 추억은 이렇게 꼴랑 3일로 막을 내렸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더라도 스케줄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그 날 한 시간을 손해본 것을 말씀드렸고, 아무래도 나와 맞지 않는 곳 같다라며 마무리 지었다.

 

면접볼 때 주민등록증과 이력서를 가져갔었고 일을 하기로 확정이 된 후, 중간에 보건증을 만들어 교육 시작하기 전에 보건증을 전해줬었다. 그런데 일주일 넘게 연락이 없어서 직접 연락해서 "알바하기로 했는데요" 했더니 까먹고 있었다는 사실은 너무 바빠서 그러려니 했는데, 교육 받는 중간에 스케줄 때문에 난처한 일이 생기니 매장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내 입장은 그렇다. 알바들의 스케줄이란게 아무리 교육생이라 하더라도 문자나 전화로 "내일 언제 나오세요"의 개념이 아니라 적어도 1주일 정도는 사전에 짜여진 스케줄을 페이퍼로 주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교육생 알바도 일상을 '예상'해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

 

어쨌든, 고소한 빵냄새와 함께한 3일간의 추억은 이렇게 싱겁게 끝이났다. 요즘은 새로운 일터에 적응하는 중인데, 여기서도 이제서야 3주차다. 만약 그 빵집에서 오래 일했다면, 그 곳에서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가끔 든다. 빵집에서 일하다가 그만 둔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너랑 안 어울리게 빵을 왜 파니, 빵은 먹는거야"라고. 덧 붙이자면 10년 후 쯤 카페를 하나 갖고 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빵집이나 커피숍 알바를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냉큼 시작한 알바였는데 '빵은 먹는 것이다'라는 훈훈한 덕담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덧, 그래도 얻은 것이 많다.

1.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이제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등의 매장에 가서 포스기계 앞에서 쩔쩔매는 종업원들이 답답하지 않다.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하나쯤 더 생겼다.

2. 교육생 알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노동력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시간도 충분히 존중 받아야한다.

3. 열심히 일한 손과 발, 하지만 두뇌노동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 다른 길이 없다면 삶이 막막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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