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알바의 필담, 01. 연봉을 알려주마
- 어느 알바의 필담
- 2013. 11. 13. 18:55
사람나고 돈 났는데, 요즘은 돈 없이는 사람나기 힘든 세상이다. 금력이 우선인 시대에 돈이 모자라 신용카드의 노예, 일명 사이버머니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음달에 나를 찾아올 청구서를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날들이 손에 꼽힐 정도. 직장인들이 종종 하는 농담 "월급은 스쳐갈 뿐"
그렇다. 월급은 스쳐간다. 월급이 스쳐가지 않으려면 매달 적금을 하고, 보험금을 내고, 학자금 대출 등의 규모가 큰 빚을 갚고도 '여윳돈'이라는 개념의 무언가가 남아야할테다. 그나마 한 달에 한 번 정해놓은 적금, 보험료 등등을 내고나면 잔고는 다시 제로. 필자의 경우 무절제한 후식중독으로 늘 그러하긴 했으나, 그래도 억울하다. 점심 사먹고, 간식 사먹고 가끔 친구 만나면 도무지 내 통장엔 여유라는 게 보이지 않더라.
어느 알바의 필담, 오늘은 이렇게 "쥐꼬리 반토막 정도 벌고 있는, 혹은 쥐꼬리 만큼은 벌었던 월급"에 대해 적으며 나만의 힐링타임을 가져볼까 한다. (월급을 추억하며 보내는 시간)
글을 적기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무얼 적을지 수집하다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글을 본래의 의도대로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야금야금 생각들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민의 시간을 오래 갖기보다 제목에 걸맞게 과거 부터 순차적으로 본인이 받았던 '급여'에 대해 서술하는 형식으로 적어보기로 한다. (혹은 친밀하고 밀접한, 필자와 연관되어 있는 직업군들의 급여 소개시간) 시급 받던 시절의 "시급을 알려주마" 부터 "연봉을 알려주마"까지. 일부 직업군 디자이너, 건축설계, 건설회사 등의 연봉도 살짝 올려놓겠다. 딱 이만큼만 받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손가락을 꾹 눌러주시면, 칭찬에 힘입은 "어느 알바의 필담"이
더욱 즐거운 읽을거리로 찾아옵니다 : )
시급 3100원의 추억
2013년 최저임금은 4860원, 내년에는 5210원이 된다 한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2002년 시급은 2275원이었다. 당시 즐겨 먹던 얼마 전 편의점에서 사려고 했는데 없어서 못 사 먹은 그 과자 '오감자'가 11년 사이 5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 무려 2.4배 올랐지만, 11년 전과 비교해 최저임금은 2.13배 정도 올랐을 뿐이다. 이래서 '오감자' 사 먹겠나. 한 시간에 3100원은 2005년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은 시급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처음 한 달은 최저임금의 몇 퍼센트를 깎고 급여를 줬엇던 것 같다. 3000원이 되지 않았던 셈.
계약직 연봉 2100
교직원 일을 하면서 신의 직장에서 일하는 신들 옆에서 열심히 시중을 들었다. 연봉은 신이 아니었지만, 계약직이라는 틀 안에서 학교에서 주는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의료혜택, 업무 외 수당, 추석 상여금 까지 모두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가지 달콤했던 기억은 학기 전 후로 누릴 수 있는 꿀 같은 휴가. 한 마디로 여기는 휴가가 꿀. 소속된 곳의 경우 여름방학 때 10일, 겨울 방학 때 10일로 1년 동안 총 20일의 휴가를 쓸 수 있었다. 10일씩 붙여서 쓰면 참 좋겠지만 업무 흐름이 끊기는 것을 염려해 나눠서 쓰는 것이 관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계회사 연봉 1800
짧은 정규직의 추억, 6개월 동안 공부와는 다른 업무의 벽을 실감했다. 연봉이 1800만원이면 실 수령액은 135만원 정도가 된다. 야근까지 해가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집에 들어갔다. 6개월 내내 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만두기 전 3개월 내내 그러했다. 그나마 야근수당을 챙겨주는 업계에서 평판이 좋은 편인 회사이긴 했으나 카페인 섭취와 저녁식사, 야식비 등의 지출도 무시 못한다. 공부할 때 밤새는 것과 일을 하면서 밤 새는 일은 다르다는 걸 절절하게 실감하다가 그만 두게 된 설계는 지금 나에게는 가끔 떠올리는 추억의 일부가 되었다.
<신사의 품격>, <개인의 취향>은 뻥이다. 설계를 참말 잘하던 한 선배는 드라마 <가을동화>를 보며 건축에 꿈을 키웠다고 하는데, 선배는 설계로 잘 풀린 케이스가 되었지만 막연한 동경으로 건축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설계를 하기 위해 우선 타업종에 비해 박봉임을 감안하면서도 상당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회사와 집이 무한대로 반복되는 일상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없을 때는 칼퇴근 하겠지만 일이 많을 때는 야근, 철야도 매우 많기 때문에 강철체력도 필수, 그리고 금전적인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진득하게 오래 일을 할 수 있어야 함도 물론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겠지만은 우리나라 설계직군들이 실제 업무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돌아다니다 발견한 어느 입시커뮤니티에 있던 위와 같은 댓글
오늘 포스팅의 테마인 "연봉을 알려주마"는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다음카페 <연봉을 알려주마!!!>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이다. 요즘은 어떠한가하는 마음에 오랜만에 카페에 들러봤는데 예전과 비슷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곳 몇 곳이 있었는데 제일 많이 받는 어느 회사가 2800이었다) 설계회사들도 메이저급이라는 큰회사들이 있는데 (쉽게 말해 건축설계하는 사람이 몇 백명이 다니는 큰 회사) 이런 회사들도 2011년, 1950~2300사이였다. 다니던 동기, 선후배에게 직접 들었으니 쓸만한 정보일 것이다.
그래서 설계를 꾸준히 하다가 건설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애초에 건설회사로 가기로 결정하고 공부하는 건설적인 학생들도 있다. 삼성건설, 현대건설, 포스코 등이 대기업 건설회사들의 예로 설계보다 건설 쪽이 본인에게 더 맞아서 가기도 하고, 여러가지 여건등을 고려해서 가기도 하고 여러가지였다. 대기업 연봉은 모두가 알고 있듯 바로 그 정도.
칼퇴근의 아름다움, 건설회사 연봉 2400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마지막까지 설계를 할 자신이 없어져서 처참하게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삼성건설, 혹은 현대건설 들어가서 건축왕이 되었으면 놀라웠겠지. 그 후, 작은 건설회사에 취직해 앞으로 무얼할지 생각하며 회사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칼퇴근이 매력적인 회사였기 때문에 영화 글쓰기와 관련된 공부도 하고, 블로그도 틈틈이 하고 그러했다. 출근이 8시 30분 이라는 게 함정이긴 했지만 야근이 없다는 것 또한 엄청난 장점이었기 때문에 꾸준히 다녔다. 1년 조금 넘게 일하다가 대학원 공부하겠다며 마음을 정하고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 덧, 참고로 신입디자이너 초봉은 대기업(삼성,CJ등의 디자인파트)의 경우 2500~2700사이, 작은기업들의 경우 편집디자이너, 인쇄매체 광고디자인은 신입기준 1500~1800 사이, 문구디자인의 경우 워낙 박봉으로 신입연봉이 1200만원 선이다. 대기업을 제외한 작은 기업들의 경우 야근수당이 없는 곳이 많고 상여금이나 보너스도 거의 없어 디자이너들은 배고프단다. 현재 필자는 건강식품, 의약제품 제조업체에서 웹 상세페이지, 광고 등의 전단을 만드는 디자인 업무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알바생으로 하루 6~7시간 정도 근무(주 5일)를 하고 월 100만원을 벌고 있다. 업무강도는 제법 센 편이지만 디자이너들이 보통 하루 꽉 채워 8시간 근무하고 야근수당 없이도 야근까지 하는 경우 등을 생각해 봤을 때 여러가지로 만족하면서 근무하는 중.
오늘 포스팅에 등장하는 급여목록은 여기까지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선택할 때는 여러가지 고려사항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지, 전공을 살려서 취직을 할지,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해보고 싶은 일을 할지와 같은 고민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회사를 다녔을 때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와 같이 미래에 그려지는 나와 회사의 모습이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 혹은 누군가는 필자처럼 회사를 다닐 때 누릴 수 있는 여가시간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현재는 일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기준이 되어버린 '내가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이런 여러가지 고려사항들 중 한가지가 '급여'다. 돈을 많이 주는 회사가 가고 싶은 회사는 아닐 수도 있는 것처럼 돈을 많이 벌어야 좋은 직업은 아닐 것이다. "일"이라는 것 자체에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고, 일은 그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들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한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궁극적 목표를 "Lieben und Arbeiten" 사랑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 말했다. 일은 인생 전반을 통틀어 '나'를 있게하는 '무엇'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 말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글을 시작하자마자 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에게는 '생계'라는 중요한 문제가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
생계와 즐거움이 함께 충족된다면 더없이 좋을 일.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서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생계 때문에 하기 싫은 일도 꾸준히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살고 있다. 어쨌거나 일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돈"이라면 그것만큼 팍팍한 일상도 없겠지.
그런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당한 대우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것이다. 종종 디자인, 건축 등의 몇몇 회사(그 외직종에도 종종 있더라)가 신입사원의 열정을 착취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꼭 생각해야 할 것은 '나의 열정'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는지의 여부다.
손가락을 꾹 눌러주시면, 칭찬에 힘입은 "어느 알바의 필담"이
더욱 즐거운 읽을거리로 찾아옵니다 : )
'어느 알바의 필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알바의 필담, 05. 진상손님 그들에게 고함 (진상 처세술) (15) | 2014.01.23 |
---|---|
어느 알바의 필담, 04. 꿀알바의 희로애락 (요가학원 데스크) (4) | 2014.01.09 |
어느 알바의 필담, 03. 나를 들었다 놨다 직장상사 (14) | 2013.12.23 |
어느 알바의 필담, 02. 꼴랑 3일간의 빵집 알바 (9) | 2013.11.27 |
어느 알바의 필담, Prologue. 한국에 사는 어느 알바가 (13) | 201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