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와 별그대 표절논란, 정말 설희를 본 일이 없습니까?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14년 1월 11월 지난 포스팅에서 "별 그대, 웹툰 설희와 표절시비에도 그저 집중하게 하는 로맨스(클릭해서 다시보기)"라는 제목으로 표절일까, 아닐까에 대한 글을 썼다. 그 때는 드라마가 한참 재미있었고 만화 <설희>를 아직 보지 않았을 때다. 지난 글을 보니 초반에는 플롯의 설정이 비슷하고 미확인 비행물체와 관련된 역사적 팩트가 같아 표절의혹으로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라고 썼었는데, 그 의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별 그대>의 스토리는 점점 엉성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뉴스들을 보면 표절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10 중 8로 표절이다라는 의견에 비해 우세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언플(언론 플레이)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언플은 대중의 심리를 정확하게 케어해주고 있다. 드라마 <별 그대>의 시청률은 20%가 넘은지 오래다. 공중파 방송은 채널을 별다른 노력없이도 가까이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게다가 드라마는 언론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으니 언론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케어할 수 있다면 어떤 제작자라도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반대로 현재 연재 휴식기에 있는 작품 <설희>는 웹에서 유료화가 되어 있는 상태, 시중에서는 만화책으로 구입을 해야 볼 수 있는 접근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20%가 이미 넘어간 그 시점, 아니 그 이전부터 웹툰 <설희>와 드라마 <별 그대>의 다툼은 기름 한방울과 오대양의 싸움 같은 것이었다. 대중은 정의롭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다른 사람들도 그래'라고 말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표절시비에 대해서 '표절이다'라고 말하는 매체들이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자본주의'의 영역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블로그들이다. 그렇다. 일부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웹툰 <설희>의 강경옥작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글을 쓰고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여러 블로그들의 글들을 살펴보면 표절이다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별에서 온 그대>가 이번주에 종영되는 시점에서 표절의혹에 따른 법정소송만 길게 남겨진 상태다. 지금까지 드라마와 원작 창작물의 소송에서 소설, 뮤지컬 등의 창작물이 승소한 경우는 극히 드물며 드라마 <선덕여왕>, <청춘>의 사례가 원작이 승소한 판례다. 

 

필자는 표절인가 아닌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설희>를 구매해 보기 시작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도 설희를 보면서 무수한 혼란을 겪었다. <설희>를 보기 전까지는 '표절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면, 이제는 치솟는 인기에 비해 엉성해진 스토리로 아쉬운 <별 그대>에게 묻고 싶다. "정말 <설희>를 본 일이 없습니까?"

 

자료를 찾고 이리저리 공부를 하고 또 해도 여전히 생소한 영역, "표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웹툰 <설희>를 정리하여 자본의 지원을 팍팍 받고 있는, 매주 수요일이 되면 온 국민들을 곱씹게 만든 <별 그대>가 표절이다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표절은 의거성과 유사성 그리고 연계성으로 근거를 따진다고 하니, 여기서도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웹툰 <설희>를 전혀 몰랐다로 일축시킨 의거성
의거성이 뭔가 한참 찾았다. 의거성은 접근성과 묶어서 함께 표절여부를 가리는 근거가 되는데, 표절의혹이 있는 작품과 접촉을 했었고 그럴 의사가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질문자체가 애매모호한 기준을 갖고있다. 접촉기회가 없었고,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표절이 아니다로 결론이 나는 애매한 이야기. 음악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네이버 지식백과(클릭해서 전문보기)를 살펴보니 "인용하려는 저작물에 접근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접근성, 의거성). 세상에 존재하는 저작물의 수는 무한에 가까운데다가 저작권법은 무방식주의를 채용하고 있다. 이용자가 원 저작물을 듣거나 볼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접근성이다. 접근성은 모방을 한 저작물에 직 간접적인 접근 기회가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중략) 접근성을 입증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악보와 음반 판매, 라디오 방송이다. 예를 들어, 몇 천부 악보, 몇 만 개 음반 판매나 전국적 라디오로 방송된 경우에는 쉽게 접근성이 인정될 수 있다."라고 나와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저작물의 수가 무한에 가깝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광해군 일지와 관련된 작품은 5개 정도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찾아보는 것이 방법이었을 수 있겠다. 그런데 제작진은 "본 적이 없고, 본 일도 없다"고 일축했다. 애매한 부분은 웹툰 <설희>가 전국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없었다는 이야기에는 근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의거성에 있어서는 아무리 논란이 있더라도 "본 적 없어요"라고 말하면 된다는데, 지식백과에서는 과거에 우연히 들었던 곡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곡으로 표현된 경우에도 무의식에 의한 접근은 원 저작물을 이용하는 의사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접근(의거)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나 공통의 소재 등으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하게 유사한 경우에 의거성을 인정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저하게 유사해야 의거성을 인정한다고 하니, <별 그대>와 <설희>의 유사성을 살펴봐야겠다.

 

유사성: 소재, 설정, 내러티브, 인물구도
드라마 <별 그대>가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기 위해서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아이디어의 영역과 표현의 영역이다. "아이디어"의 영역은 <별 그대> 제작진이 이미 밝혔던 것처럼 광해군 일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아이디어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불시착한 UFO의 외계인남, 그 미확인 비행물체 때문에 늙지 않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가 스토리의 중심이라면 여러 글들에서 봐 왔듯 표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설희>를 봤더니 인물구도에 있어서는 주인공이 되는 남주와 여주가 직업만 바뀐 상태다. 설희의 내용은 상속녀가 된 미스테리한 소녀 설희(별 그대에서는 오랜 시간 한국 땅에서 사는 동안 거대한 부를 축적한 능력있는 남자 도민준)가 전생의 인연이었던 사랑을 찾아다니다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는 내용(별 그대에서는 톱스타 천송이, 설희에서는 기획사에 소속되어 유망주로 기대되는 아이돌 지망 연습생 세이가 주인공). 설정도 "전생의 인연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드라마 <별 그대> 초반에는 웹툰 <설희>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설정이다가 표절논란이 불거져서인지 아니면 순수 스토리의 몰입을 위해서인지 요즘은 전생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전생 이야기가 드라마에서 옅어진 시점은 <별 그대> 작가 박지은이 <설희>와 달리 전생이 드라마 스토리의 주요 흐름이 되지 않는다고 공지한 시점부터다. 드라마 초반에 천송이는 조선시대 사극을 싫어하고, 묘하게 전생을 기억하는 듯한 모습이다가 요즘은 순간이동하는 남자친구랑 연애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소재, 설정, 인물구도는 대부분이 유사한 것이 사실이나 내러티브는 다르다.

 

웹툰 <설희>는 애초에 순정이라는 굵은 뼈에 SF, 미스터리가 주가 되어 진행되어 다소 무겁고 가끔은 지루한 반면, 드라마 <별 그대>는 로맨틱 코미디 풍의 유쾌함에 별에서 온 그 남자 도민준이 어떤 인간인지를 풀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를 지킨다는 내용의 로맨스에 힘을 실었다. 가끔은 긴장감을 주면서 극의 대부분이 유쾌했던 <별 그대>가 끝으로 갈 수록 스토리가 엉성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아쉽게도 더 이상 표절 할 <설희>의 뒷 이야기가 없기 때문인지라는 생각을 할 때면 입맛이 쓰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아이디어의 영역을 넘어 표현의 영역: <별 그대>와 <설희> 표절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부분

표절의혹에 따른 법정소송에서 승소한 경우인 <선덕여왕>의 사례에서는 "표현" 부분을 아주 중요한 이슈로 들어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뮤지컬 선덕여왕의 경우 역사와는 다르게 '덕만공주와 미실의 정치적 대립', '덕만공주와 유신의 사랑'의 설정을 표절의 근거로 승소했고, 표절 판정을 받은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서는 '화가 나면 남편 넥타이를 매고 드러눕는 어머니'라는 구체적인 표현이 있었기 때문에 승소할 수 있었다.

 

필자는 만화의 내용 중 묘하게 <별 그대>의 두 주인공이 사는 팬트 하우스와 오버랩 되는 이미지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만화 속의 여러 이미지들을 열심히 취합해 캡쳐에 캡쳐를 반복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증거가 되기 힘들다. (아무리 분위기, 구도, 표현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표절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비주얼로 봤을 때 충분히 도매니저의 팬트하우스가 더 훌륭하다. 그리고 발코니 아래를 바라보는 장면이 표절이라면 이 세상에 표절이 아닌 창작물은 찾기 힘들 터. 그러던 중, 더욱 더 "표절이로구나!"라는 의견을 뒷받침해 줄 표현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위 사진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주인공 설희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같이 보내고, 같이 살고, 같이 웃으며, 같이 슬퍼하고, 같이 늙어죽고 싶었다..."라는 독백이다. 여기서 유레카를 외쳤다면, 필자가 이상한가. (핸드폰 앱으로 보면 위 두 이미지가 이전 컷과 다음 컷으로 나뉘어 보인다. 그래서 은근슬쩍 붙여 보았다. 몰입에 방해가 되더라도 양해를 구한다)

 

(어디서 캡처를 반복하다가 흐려진 이미지이긴 하지만 도민준씨 맞다. 위 이미지의 저작권은 SBS에 있으며, 초상권은 김수현씨에게 있고 저작권이나 초상권이 침해된다면 이미지를 내릴테니 저품질 블로그 테러는 하지 말아줬으면)

 

위 장면은 천송이와의 시한부 사랑을 안타까워 하는 도민준이 장변호사와 겨울 낚시를 하며 마주앉아 있는 바로 그 장면이다. 도민준이 말한다. "장 변호사님, 같이 늙어간다는 건 어떤 느낌입니까? 같이 늙어가고 싶습니다."  

 

도대체 늙지 않는 두 사람의 고민이 이렇게 절절할 수가 없다. 저 절절한 표현을 들으며 감동을 받지 않고 무릎을 쳤다. 위 두 작품에서의 위와 유사한 표현 방식이 표절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희>에서도 '늙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와 주인공의 생각, 독백들이 적지 않은 부분 차지했었고, <별 그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천송이와의 사랑에 있어서 '늙지 않기 때문에, 함께 죽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사랑이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실질적인 유사성으로 근거를 제시해 볼 수도 있겠다. 위와 같은 표현들을 더 찾으려 한다면 아마 여기저기서 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거나 만화를 보면서 서로 비슷하다 혹은 그 부분이 생각난다는 부분이 여기저기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찾아 설명하기에는 필자도 생활이 있고,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포스팅들이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매치된 한 부분을 찾아 포스팅해 둔다.   

 

창작물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에는 팍팍해져 버린 표절논란, 소송까지 와 버린 지금 제대로된 판결로 지적 재산권이 존중되는 선례를 보여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맘껏 상상하고, 창작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기대해 본다.

 

강경옥 작가의 <설희>, 박지은 작가의 <별 그대> 표절논란 Epilogue

만화 <설희>는 스토리는 탄탄하지만 가끔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인물의 대사나 옷 차림에서 집중을 못하고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나를 지루하게 했었지. 반면 최신 유행을 섭렵해야 하는 미디어 시장의 선두에 나선 드라마 <별 그대>는 시대를 풍미하는 SNS 문화, 세련된 옷 차림, 인테리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요즘은 스토리 부진으로 가끔 몸을 비비꼬며 보곤 하지만 내 마음도 사로잡았지. (도매니저...) <별 그대>는 유행에 민감해야 했기도 하거니와 (드라마는 PPL도 중요하고 앞 뒤에 배치되는 광고도 너무 귀중하다, 자본주의에서는 당연한 이치) 1인이 모두 만들어야 하는 만화라는 매체에 비해 드라마라는 특성을 살려 표절논란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던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작가, 감독, 스탭까지 재미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들을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더 받은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표절 논란에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절이면 어떠냐, 재미있으면 그만이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대입, 취업에서 부정입학이나 대리시험이라는 이슈 앞에서는 눈에 쌍심지을 켜고 입에서 불을 뿜는 그들이 한 작가의 창작에 대한 열정은 외면했다. 대한민국이 너무 아쉽다.

 

종영 2회를 앞두고, 국민이 사랑하는 프로그램에서 11개월 동안 독주하던 무한도전을 제치고 1위를 했다는 <별에서 온 그대>. 일단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별 그대>가 허술한 스토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저작권문제에 있어서는 법정소송의 결론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검토하고 탄탄하게 판단하여 좋은 선례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