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유토피아 로레알, 엄마가 되기 싫은 나라 대한민국
- 일상의참견
- 2014. 1. 16. 00:23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로레알파리를 잊을 수는 있다. 그래도 "당신은 소중하니까요"라던 카피는 익숙할 것이다. 90년대에 태언난 꼬꼬마들은 몰라도 15년 전 소년기를 맞은 청년이나, 청소년기였던 청년이나, 청년이었던 중년들은 다 알테다. 일을 쉬고 있던 참에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간헐적인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간은 빠르지만 느리게 흐르고 지금 주어진 '쉬는' 시간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난도의 <내 일>
간헐적인 독서 중에 김난도 교수님의 <내 일>도 포함되어 있다. 꾸물거리며 읽다보니 읽기 시작한지 2달이 되도록 여태 읽고 있다. 달팽이 같은 속도. 이 책을 사게 된 이유는 '앞으로 뭘 하고 살까'라는 물음에서 부터 였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구매동기가 같아서 나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다.
<어느 알바의 필담>처럼 삶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글 쓰는데 손에 키보드가 착착 감기고 재밌으려나 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라 읽던 책을 얼른 읽어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책 리뷰를 써야겠다며 <내 일>을 읽어나갔다. 읽고 있던 부분은 "여유경영의 힘, 적게 일하고 많이 번다"를 주제인 장이었다. 뭔가 속이 상한 문장은
라는 문장이었다. 설계회사를 다니면서 나에게 휴식이 있다면 계속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여유있게 일한다는 건설회사 직원이 왜 그런지 모르게 질투가 났다. 가장 적게 일하는 나라의 역설적인 성공이라는 소제목으로 프랑스의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업종들도 주 60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서 건축과 관련된 업종에 근무하는 경우 휴가를 연간 30일 이상 쓴다는 건 유토피아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적게 일하고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여유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가 너무 늦어버렸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간 휴가가 적어도 38일은 된다는 나라 프랑스에서는 이런 휴식, 바캉스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휴식과 여가문화는 이와 관련된 산업들을 키우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하니, 놀 줄 모르면 바보라는 서양 속담이 틀린 말은 아니다.
워킹맘의 유토피아, 로레알
그렇게 읽다보니 그 다음 페이지에 등장한 회사가 "로레알"이다. 프랑스에서는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출산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회사 "로레알"의 예시에서는 회사에서 아기를 돌보기 위한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한다. 아기를 돌봐야 할 일이 있어 일찍 나가야 하는 경우 회사에서 배려도 해주고,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게다가 회사 자금을 투자해 '크레시'라고 불리는 직원들을 위한 탁아소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눈치보다가 아줌마 취급 당하다가 결국은 정든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한국의 현실과 비교 된다.
로레알은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마치면 승진과 함께 원하는 부서로 옮겨주고, 3개월 육아휴가에 직원들을 위한 최고급 탁아소가 있으며, 학교가 쉬는 수요일마다 직원들에게 휴가를 택할 권리를 주고, 직원들의 장보기를 거들어주기 까지 한다고 한다.
한국의 직장맘, 워킹맘의 현실
우리나라의 현실은 가시밭이다. 워킹맘의 고된 일과가 너나 할 것 없이 당연한 나라다. 엄마의 임무에 충실하려면 당연히 일을 그만둬야 하는 우리나라는 여권신장이 많이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엄연히 눈에 보이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도 돕지 않으니 '육아'의 몫이 고스란히 엄마에게 온다. 혹은 누군가 돕긴하는데,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돕는 누군가다.
검색창에 '워킹맘' 혹은 '직장맘'이라고 써보면, 수 많은 워킹맘들의 하소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일과 집안일을 하는 엄마들을 '전업맘'이라고 하나보다. 그런데, 엄마들이 모인 카페나 인터넷 기사, 블로그 여기저기 둘러보면 속이 쓰리다. 시댁이나 친정의 도움을 빌어 워킹맘으로 일하는 선택을 한 엄마들은 여기저기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느라 바쁘고, 전업맘들은 회사의 강압으로 일을 그만 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현실 앞에 고개를 숙인다.
워킹맘과 전업맘이 만나서 대화를 하더라도 그들은 서로 허심탄회해 지기 어렵다.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일에 대한 성취에 대해 내 선택이 옳다고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전업맘은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래도 엄마가 하는 것이 아이 정서에 최고라며 워킹맘의 선택을 쾌히 응원해주기 힘든 갈등아닌 갈등 상태에 놓여 있다.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로레알 회사 이미지를 찾다가 회사 로고 위에 쓰여진 '당신은 소중하니까요'라는 문장에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로레알은 직원의 행복과 회사의 성장이 비례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로레알에 다니는 사원들은 회사의 복지는 자신이 누릴 당연한 권리라고 말한다. "여성들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화장품 회사가 보다 많은 여직원들을 채용하고, 이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에요. 그게 뭐가 대단하죠?"
기업을 홍보하는 카피와 회사의 경영방침이 일치할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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