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혼자족, 혼밥족 혹은 싱글턴), 취미는 혼자밥 인증
- 일상의참견
- 2014. 3. 22. 11:03
나 혼자 산다, 취미는 혼자밥 인증 혼자다. 요즘은 둘도 제법 된다. 혼자는 '한 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전을 보니 명사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그 사람 한 명만 있는 상태를 말한단다. 요즘은 혼자 살아도 불편하지 않다. 정서적으로 고립감이 생기는 일은 있겠지만 혼자라서 좋은 점도 있다. 주거 형태도 식사의 형태나 기준도 4인가구가 기준이었던 때가 불과 10년전 일이다. 불과 10년 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응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2000년에만 해도 4인가구의 수는 1인가구의 두 배로 통계됐다. 그런데 이제는 1인 가구가 우리나라 가족구성 형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혼자사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했다. 게다가 이런 사회문화를 반영해 싱글족을 다룬 드라마, 예능이 인기몰이를 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에서 종종 다루는 것은 물론, 드라마나 예능까지 '혼자'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름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SBS 스페셜>에서는 '싱글턴, 혼자 살아서 좋다!?'라는 제목으로 1인가구에 대한 주제로 방송을 했다. 화려한 싱글과 오늘 살아남는 일이 걱정되는 싱글, 싱글끼리 모여서 서로 노동 품앗이를 하는 등의 예시들로 다양한 시각에서 '혼자' 사는 삶을 조명했다. 얼마전 종영한 tvN의 <식샤를 합시다>, 리얼 예능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 올리브 tv에서는 <마트를 헤매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로 온스타일에서는 <펫토리얼리스트> 일일이 꼽아보자면 이제는 4인가구 기준의 프로그램 편성이 아닌 혼자족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순식간에 이동한 우리나라는 가족의 형태도 4인가족 기준에서 1인가족으로 변화했다. 작고 간편하고 편리한 형태, 밥상 공동체의 기준도 달라졌다. 대가족이 함께 살던 60년대 이야기는 이제 옛날 이야기다. 아빠를 회사에 보낸 엄마는 혼자서 밥을 챙겨먹거나 친구를 만나 먹는다. 자녀들은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급식을 먹는다. 농경사회에서 밥상은 노동을 위한 에너지 충전의 시간임과 동시에 가족끼리 마주보고 마음을 놓는 공간이었다. 가족이 핵가족화 되고 이제는 더 잘게 쪼개져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밥상공동체는 가족이 아닌 회사동료들로, 학교 친구들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밥상 공동체를 거부하는 혼밥족들도 있다. 혼밥족은 혼자 밥먹는 사람들을 말한단다. 혼밥족이 된 사람들은 무리에 끼지 못해서 혹은 스펙을 위해 자진해서 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대학이라는 곳에 왔더니 무리에 끼기가 애매해져서 혼밥족이 되버린 경우와 스펙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관계가 불필요해져 버려서 스스로 혼밥족이 된 경우라고 한다. 그냥 어쩌다보니 혼자 밥을 먹게 되는 경우와는 다른 혼밥족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아픈 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생각해보면 인간관계까지 끊어가며 열심히 해봐도 취업이 되거나 안되거나 된 이후에도 취업이 되었다는 사실 외에는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친구 관계를 어떻게 할까 머뭇거리다가 혼밥족이 된 경우는 더욱 안타깝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개인화 되었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할지 모르는 아이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함께 이야기하는 법보다 경쟁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고, 어렸을 때 부터 우위를 비교당하며 길러진다. 공부 잘해서 대학에 왔더니 자의든 타의든 친구가 없는 것이다.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이 사실이 창피하게 느껴져 화장실에서 밥을 차려놓고 먹기도 하는데, 화장실에서 혼밥하는 혼밥족들은 당당하게 학생식당가서 혼밥하길 권해주고 싶다. 혼자 밥먹는 게 처음에야 두렵겠지만 학생식당 가서 주위를 잘 둘러보면 의외로 혼자 밥을 아주 잘 먹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필자도 학교 다닐 때 혼자 밥 잘 먹었다)
'혼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은 혼자 일하는 '일 자리'도 많다. 구인광고 사이트에는 혼자 일하는 배달알바, 혼자 일하는 편의점 구인광고로 빼곡하다. 대화할 사람이 없는 일자리, 말이 필요 없는 일터다. '어서오세요, 맛있게 드세요, 주문하시겠어요'가 대화는 아니다. 일터에 가도 할 말이 없고 학교에 가도 할 말이 없다. 더욱이 배달 아르바이트,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잘못했을 때 모든 책임을 떠 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식으로 대화는 없고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는 일자리들이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만든다고, 1인가구 증가 추세에 적합한 부동산 정책을 시행해 보겠다고 분주한 소식을 들려주곤 하는데 실상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건 힘겹지만 혼자라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는 말도 있고, 책 <혼자 사는 즐거움>에서는 "제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이다.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누리고 싶은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당신이다"라고 말하면서 '혼자'있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혼자 있을 때라야 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같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 잘 지낼 줄 아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게다가 21세기 혼자 산다는 것, 혼자라는 빈자리 그리고 그 허전함은 혼자밥 인증(SNS활동), '혼자'를 다루는 문화 컨텐츠, 힐링열풍이 적절하게 채워주고 있기도 하다. (오히려 채우려고 하다보니 더 허전해 질 때도 있는 것이 부작용)
그런데 계속 혼자여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취업이나 스펙도 좋지만 가끔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했으면 좋겠다. 화장실에서 혼자 밥먹지 말고 지금이라도 아무한테나 다가가서 나도 밥 같이 먹어달라고 해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거절해도 괜찮다. 거절 당할 수도 있지. 그래도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아무래도 상호작용이 필요한 동물이고 누군가와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두 배, 세 배는 넓혀줄 수 있는 중요한 안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서적인 안정은 두말하면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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