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도둑 아니고 '도둑들'
- 소울푸드: 리뷰/오늘은 영화
- 2012. 8. 17. 01:29
도둑, 행복한 명사는 아니다. 불행한 명사 도둑이 하나가 여럿이다. 둘도 아니고 열이라니.
이 이야기는 동네 좀도둑의 문방구 터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이 초호화 출연진으로 한껏 주목을 받아놓았다는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올림픽의 기쁨 속에도 도둑들의 흥행열기는 상승세다. (발행 당일은 이미 천만 관객 돌파)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필자는 재미지게 봤지만 혹자는 아니라 하기도 하는 '도둑들'. 통렬한 분석이나 비판이 아닌 재미지고 매력진 부분들만 즐겁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서로를 속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도둑들의 재미는 바로 사람들이다. '사람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영화는 사건 자체 보다는 인물에 비중을 두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국인 도둑 7인과 중국인 도둑 3인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이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보석 태양의 눈물을 훔친다는 이야기다. 범죄를 모의해서 실행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보여준다는 케이퍼무비(caper movie)의 형태다. 그러나, 영화는 어떻게 훔치는가에 대해서는 깊이있게 다루지 않는다. 도둑이라는 행위보다 이 사건으로 벌어지는 인간사가 영화의 핵심이다. 말하자면, 케이퍼무비(caper movie)라는 범죄 영화의 하위장르의 형식을 빌려 사람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함정.
사건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도둑들'의 전개는 배우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이다. 인물 중심으로 연기를 실제처럼 잘 소화해 내기 위해 지어놓은 도둑들의 예명도 영화를 흥미롭게 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되었다.
http://joy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669134&g_menu=701100
마카오박(김윤석 분), 팹시(김혜수 분), 뽀빠이(이정재 분), 예니콜(전지현 분), 씹던껌(김해숙 분), 앤드류(오달수 분), 잠파노(김수현 분)의 예명의 유래를 다룬 기사를 링크해 두었다.
깨알 같은 재미를 준 인물과 함께 간단한 코멘트
예니콜(전지현 분)
엘라스틴을 쓰는 그녀, 전지현. 엽기적이긴 하지만 신비로운 그녀는 과연 '도둑들'에서는 어떤 그녀였을까. 여전히 엽기적인 그녀 같은 느낌을 버릴 수는 없지만 '예'하고 달려온다는 예니콜 이란다. 과거 그녀는 CF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그녀였지. 신비로운 그녀에서 조금 더 친숙한 그녀로 다가와서인지 어째 어색한 모습이 역력하기는 하지만, '훔친다'는 과업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쿨한 도둑의 모습을 나름 잘 표현 했다는 점에서 한 표.
마카오박(김윤석 분)
이 분이 그 분이신가 싶은 분이다. 그 때 그 때 다르다. 이번에는 어쩜 이렇게 마카오박일까. 두 말을 쓰려 해도 쓸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씹던껌(김해숙 분)
영화를 보니 씹던껌도 참 쓸모가 있더라. 도둑질로 가족에게 헌신하던 씹던껌은 직업과 환경을 떠나 중년 여성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국민엄마라는 다른 이름이 있다는 그녀. 그녀의 나이 때 여배우들은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엄마의 길을 갔어야 했는데, 50이 넘은 나이에 '도둑들' 덕분에 사랑도 하고, 액션도 했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10인 중 세사람에 대해 몇 글자 주절주절 적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이 포스팅을 하기 위해 로케이션 헌팅에 대한 자료들도 이것저것 모아봤지만 역시 '여기까지'하는 게 적절한가 싶어서 이만 줄인다.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범죄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속이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있다. 범죄자들은 일상에서도 연기를 하며 사는 사람이다. (..중략) <도둑들>도 뭘 훔치느냐 하는 것은 미끼이다. 자기들끼리 다투는 얘기이다. 나는 서로의 욕망이 쨍 하고 부딪치는 지점을 좋아한다”
그럼 다들, 욕망이 쨍 하고 부딪치는 지점을 마음껏 누리기를 바라며.
+) 혹, <오션스일레븐>과 <도둑들>의 상관관계, 최동훈 감독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 링크를 참고.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5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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