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여름이다. 여름이면 이 즈음해서 기다려지는 누군가가 있다. 11년 전 찾아온 '이웃집 토토로'(2001,미야자키 하야오), 10년 전에 찾아 온 센과 치히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2,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해 '고양이의 보은'(2003, 모리타 히로유키)의 귀족 고양이들까지 유독 여름에는 친근한 '그들'이 온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2012, 오키우라 히로유키)이 왔다. '요괴들'이라는 명예에 걸맞게 당신의 마음을 약간은 서늘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들이다. 정이 들면 귀여워 보이는 녀석들이지만, 정을 빼고 보면 흉악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의 외모에 있어서는 늦은 밤 0시(자정)에 갑자기 맞닥뜨리게 되면 그 누구도 입가에 미소를 띄며 "안녕?"하고 말을 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 확신한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은 올 여름 우리에게 서늘함과 뭉클함을 동시에 선사해 주기 이전,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 상영되어 전회 매진을 기록, 평론가 뿐 아니라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두루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그들을 만나보자.

 

 

 

 

 

모모, 예쁘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워

주인공은 소녀다. 그래서 이야기는 이 소녀의 작은 섬에서의 소소한 일상이 주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주인공들은 보통 소녀가 아니다. 사진에서 보면 입도 제법 크고 꽉 쥔 주먹이 세보인다는 건 농담이니 너무 무리해서 진지해지지는 말자.
그러니까, 소녀 모모가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 중 하나는 상처다. 아빠와 화해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빠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일이 모모에게 일어났다. 아빠와 모모는 참 친해 보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녀 모모가 보통내기가 아닌 다른 이유 한가지는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아도 될 그들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물론, 달리기 실력도 수준급이다)

 

 

다락방의, 일상적이지만 신비로운 공간

소녀 모모는 11살 때, 다락방에서 만난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한다'로 이야기 하자면 이와 같다. 육하원칙의 요소 중 세가지가 들어가 있는 문장이다. 앞에서 모모는 소녀라고 말했으니 '모모가 11살 때'라는 표현은 그다지 새롭지 않을 것이다. 앞서 접하지 못한 새로운 정보는 다락방이다.

 

 

영화는 신비스러운, 그러나 현실적인 공간을 통해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사실이라는 숨을 불어넣는다. 다락방이라는 장소는 요괴와 모모를 이어주는, 만나게 해주는 장소다.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란 장소에서 출발하기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 예로 '마루 밑의 아리에티'가 마루 밑에는 10센티미터의 소인들의 세계가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면, '이웃집 토토로'는 큰 나무 밑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토토로를 만났기 때문이라 하겠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집이라는 곳은 평범하지만 다락방이라는 곳은 특별해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장소다.

 

 

영화는 다락방이라는 신비스러운 공간에만 한정짓지 않고 섬(시오지마)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통해 멀리 보여주기도 하고, 가까이 보여주기도 한다. 아래 링크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의 영화 속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용 된 장소와 장인정신이 담긴 프로덕션 스틸이 담긴 관련기사 링크다.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newsType=&page=&contain=&keyword=&mi_id=MI0095995268

 

 

수상한 요괴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예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요괴가 참 요괴답다. 그런데 이들은 수상하한데다 못생겼지만, 착하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어쩌면 이 부분일지도 모른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요괴를 요정처럼 표현했다면, 모모라는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소녀와 수상한 요괴들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따분해 졌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그들이 왔다. 영화를 보는 동안 탐욕스럽고, 추악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워 할 수 없어서라는 생각으로 푹 빠져서 봤다. 소녀감성을 가진 초특급 덩치의 이와, 찰랑거리는 생머리와 고약한 방귀냄새의 소유자 카와, 내 머리 속에 지우개 순수노안 마메는 수상하지만 정이 많다. 영화는 이들을 데려오면서 친근함으로 승부를 하려 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게했다.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요괴들은 한편으로 보면 굉장히 비겁하고 이기적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용기를 내기도 한다. 이들 덕분에 모모는 아빠, 엄마와의 화해를 이루게 되고, 배려하는 마음도 알게된다. 게다가 수줍은 도시소녀에서 즐거운 섬소녀로 무럭무럭 성장하기 까지 한다. 얼마나 좋은친구인가 !

 

그래서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은 삶이 팍팍한 그대들에게 추천한다. 이미 어른이 된 그대들과는 달리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아이들에게도 추천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리뷰를 끝까지 읽은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2012)

A Letter to Momo 
7.8
감독
오키우라 히로유키
출연
이선, 김준현, 양상국, 안윤상, 미야마 카렌
정보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 일본 | 120 분 | 2012-07-05
다운로드

 

 

 

 

+)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의 원제는 '모모에게 온 편지'이다. 공식사이트 주소는 아래에 링크한다. 퍼즐놀이도 할 수 있고, 모모의 일기도 볼 수 있고 리뷰 곳곳에 사용한 삽화들도 직접 볼 수 있다.

 

http://www.momo-letter.jp/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