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알바의 필담, Prologue. 한국에 사는 어느 알바가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연재'라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 간헐적으로 해왔다. 동시에 블로그에 '심리학'과 관련된 칼럼을 연재하고 싶다라고 1년 동안 '생각'만 해왔다. 심리학과 실생활, 혹은 연애, 인간관계를 잘 엮은 칼럼을 적어보지도 못하고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공식적으로 심리학도가 되지 못했기 때문. 그냥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유형의 교육을 받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공을 들여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해서 글이라는 걸 쓸 수는 있지만 구태여 변명을 하자면 '칼럼'이라며 당당하게 내놓기에는 부끄러울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학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칼럼은 국어사전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더라.

칼럼 column [명사]

신문, 잡지 따위의 특별 기고. 또는 그 기고란. 주로 시사, 사회, 풍속 따위에 관하여 짧게 평을 한다. ‘기고란’, ‘시사 평론’, ‘시평’으로 순화

 

특별 기고라고 버젓이 써 있는데다가 시사, 시평이란 "1.시사에 관한 평론 (사회시평) 2. 그 당시의 비평이나 평판" 이라고하니 분석하고 가치를 논하는 일, 특히 사람의 마음을 감히 논하려면 독학이든 학위를 위해 공부를 하든 '제대로'된 공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10년 전이나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꾸준히 적어보자면 어떤 글이 좋을까 생각을 해보던 중,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볼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2년 전 쯤 설계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강도 높은 근무와 고달픈 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상을 소재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데서 출발한다. 결혼 후 생계를 위해 혹은 그저 일을 하기 위해 일을 찾는 과정에서 매일 같이 알바천국이나 알바몬 같은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를 정독하면서 사뭇 진지해진 까닭도 한 몫한다. 더욱 재미를 더하는 건, 때마침 요즘 읽는 책이 김난도 교수님의 <내:일>이라는 것.

 

 

손가락을 꾹 눌러주시면, 칭찬에 힘입은 "어느 알바의 필담"이

더욱 즐거운 읽을거리로 찾아옵니다 : ) 

 

 

 

책 <내:일>의 주제는 "내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나만의 일은 어디에 있는가?"다. 책 서두에서 요즘 세대를 "우리 젊은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학력을 갖춘 세대로 불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보다 돈을 못 버는 첫 세대가 되고 말았다."고 표현한다.

 

그렇다. 안타깝게도 그게 바로 나다. 내가 아니라면 좋으련만 어느 날 돌아보니, 부모님을 통해 많은 투자를 받았음에도 인풋대비 아웃풋이 영 신통치 않은 나를 발견했다. 지금 누군가는 이 글을 읽다가 갑작스런 공감이 밀려올지도 모르겠다.

 

최근을 이야기하자면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를 정독한 결과, 이제 다시는 디자인의 ㄷ도 가까이 하지말고(설계는 상당부분 디자인과 관련된 작업들이 많다) 글 쓰는 일과 공부하는 일(심리학)에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작은 미생물연구소에서 디자인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과정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었는데 앞으로 1주일에 한 번 매주 화요일 '어느 알바의 필담'을 적게 될테니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겠다. 폴더명도 '어느 알바의 필담'인데 알바, 직업 혹은 일에 대해 글을 서른개는 쓸 수 있으려나 싶어 보잇쉬를 넘어 보이가 될 뻔 하던 청소년기 때 부터 해본 잡다구리한 모든 일을 순차적으로 적어보았다.

 

2013년 현재까지의 역사: 직장과 아르바이트

1. 전단지 (치킨집), 중학생 시절 약간의 돈 좀 벌어보겠다는 마음에

2. 한과공장, 고1, 때 늦은 수두앓이

3. Y** 레스토랑 (구리시), 고3 해방감을 느끼며 대학입학 전 까지

4. 존*존 PC방 (서울) 대학1학년, 컴컴하던 8개월

5. 카페*반 (C* 푸드빌) 스물하나, 스물둘 주방생활 1년

6. 만화책방, 매일 같이 다니던 책방 아저씨의 갈비뼈가 부러진 사연으로 2~3주

7. 라이브바 (일반서빙),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에 있던 라이브바, 손님 없는 꿀알바 2개월

8. 중앙디자인 (인테리어 회사), 지금은 망했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나름 업계에서 큰 손, 인턴 2개월 

9. 학과사무실 (두학기,약 6개월), 학교에 오래있는 학생에게 이보다 좋을 수 없다 

10. 서울시 S대학교 교직원 (계약직), 보고서와 함께한 15개월

11. 건축사사무소 아*** (정규직), 일명 설계회사, 정규직인데 6개월하다가 뛰쳐나온 슬픈 사연

12. *동종합건설 (정규직), 그래도 칼퇴가 좋더라, 1년 2개월

13. *스핫요가 매니저 (아르바이트) 꿀알바도 좋더라, 10개월

14. 부동산 **하우스 (아르바이트) 카페/ 블로그 포스팅, 3개월

15. 파*바게트 (아르바이트) 다들 아는 빵집 알바 체험기, 3일

16. ***자연면역연구소 (아르바이트) 상세페이지 제작 등 디자인 업무 (2013년 11월, 요즘) 

 

내 나이 스물여덟, 충분한 글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깊이있게 한 길로 갈 '내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름의 목표와 사명을 갖고, 가야할 방향을 정해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기는 하지만 속도가 매우 느려 가끔은 다 내팽개쳐 버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느리면 어떠한가. 나와 당신이 종종 잊어버리는 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사실.

 

그래서 <어느 알바의 필담>은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일'이라는 것에 대한 소소한 흔적을 남길 예정이다.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있고, 그냥 즐거워서 하는 일이 있다. 돈이 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돈과 상관없이 하기 싫은 일도 있다. 앞으로 <어느 알바의 필담>은 이렇게 '일'에 대한 사소한 일상이야기로 꾸려나갈테니 <어느 알바의 필담>이 어느 '어느 상담가의 고민(가제)'이 되는 그날까지 종종 들러 누군가는 읽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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