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순수에 대한 열망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아쉽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단어 외에 딱히 이거다 싶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늑대소년>은 <남매의 집>으로 데뷔해 관심집중, 첫 장편 <짐승의 끝>으로 데뷔작에 하나의 작품세계를 일궈낸 조성희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전작들을 보면 기괴하다, 묘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늑대소년>은 전작 <남매의 집>과 <짐승의 끝>에 비해 묘한 기괴함이 다소 희석 된 느낌이다. 특히 전작 <남매의 집>에서 마음을 조여오던 '판타지가 현실인 듯한 착각'에 빠지기는 어렵게 되었다. 소년의 모습 그대로 순이를 기다리는 철수의 모습이 꼭 그렇다. "아니야, 똑같습니다. 손도,입,눈 여전히 이뻐요. 많이 기다렸습니다."라는 소년의 말은 "그래요. 당신은 꿈을꾸고 있어요. 이건 당신의 상상일지도 몰라요."하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대소년>은 남매의 집, 짐승의 끝을 잇는 한 감독의 또 다른 작품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유는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하기 때문, 이는 영화에 대해 생각할수록 생각할 것들이 새롭게 나오는 매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키워드를 추출하자면 "본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데,

 

1. 키워드: "본성"<남매의 집>, <짐승의 끝>이 내재된 악한 인간의 본성이라면 <늑대소년>은 순수에 대한 열망이다.
2. 메세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남매의 집>에서 처럼 <늑대소년>도 순수함의 상실 속에 살아가는 현재에 전한다.


참고를 위해 함께 보면 좋은 소울푸드의 포스팅을 소개한다.
* 참고해서 함께 보면 좋은 포스팅 [소울푸드: 리뷰/오늘은 영화] 남매의 집, Don't Step Out Of The House

 

 

영화제목은 <늑대소년>, 예상했던 것과 같이 늑대소년이 등장하는 영화다. 줄거리도 흔히 볼 수 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늑대소년은 늑대도 소년도 아니다. 장르 또한 판타지도 멜로도 아닌 중간성격의 무엇인데, 예상 가능한 뻔한 줄거리에서 뿜어져나오는 매력에 빠지는 이유를 들자면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늑대소년의 늑대도 아니고, 소년도 아님은 소녀 순이(박보영 분)를 만나게 되면서 더욱더 모호해 진다. 알랭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곧 나의 모든 개인적 특징들을 버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의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무가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늑대소년 철수(송중기 분)는 소녀 순이에게 끌려 개인적 특징들을 선택하기 보다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철수가 순이를 따르는 것이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고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관계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철수는 영화 끝 무렵까지 사람보다는 늑대에 가까운 자아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가 단지 일본만화 <너는 펫>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강인하고 순수한, 길들여지던 늑대소년 철수가 동물에서 바로 천사가 되어버리기 때문.

 

 

씨네 21을 통해 영화 평론가 김혜리는 '철수는 동물이었다가 인간의 영역을 생략한 채 천사의 세계로 넘어가 버린다. <늑대소년>이 눈물을 부르고 표정과 몸짓만의 퍼포먼스를 소화한 송중기의 연기가 인상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여운이 쉽사리 휘발된다면 그 때문이다'라 전한다.

 

감정선을 따라 펑펑 울었지만, '왜 울었지?'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기는 천사가 되어 기다렸고, 보영이는 할머니가 되어서 손녀에게 한다는 말이 "가지고 놀다 차 버려"란다. 늑대소년에게 더 이상 '기다려'하는 순이는 없다. 더이상 기다리라는 순이는 없지만, 기다리는 철수는 있어서 영화는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인간 마음속에 자리잡은 순수에 대한 열망을 잘 들여다 본 영화 <늑대소년>, 논리와 비논리가 아닌 따뜻함을 원하는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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